매일 신곡이 발매되고 하루, 시간마다 차트 1위가 바뀌고 있는 요즘, 정규음반을 발매하는 것은 손해일지 모른다. 타이틀곡이 이외의 좋은 곡들은 조용히 묻히기도 하고, 10여곡씩 꼭꼭 채운 음반보다 디지털 음원으로 소비하는 요즘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가요계, 음악 시장이지만 루시드폴은 고집스럽게 '음반'이라는 창작물을 유지하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 음반을 소유할만한 가치 있는 형태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뮤지션이다.
루시드폴은 최근 정규7집 '누군가를 위한,'을 발매했다. 꼬박 2년에 걸쳐 하나 하나 그가 창작했던 소설과 음악, 사진을 담은 창작물의 집합체다. 그가 고민했던 대로 소장할만한 가치 있는 음반으로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정성을 들여 루시드폴의 스타일로 돌아왔다. 그가 지난해 제주도에 정착한 후 직접 재배한 귤(육체적 창작)까지 담으면서 특별함을 더했다. 루시드폴의 음악은 음원으로 쪼개서가 아니라 이렇듯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
사실 디지털 음원시장이 강해지면서 음반의 의미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과거 100만장씩 소비되던 음반들은 요즘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음반 시장은 대부분 팬덤에 의해 움직이고, 대중적인 인기의 척도는 음원차트가 됐다. 그러면서 1번부터 10번까지 트랙리스트를 채우는 일도 줄어들었다. 그런 면에서 루시드폴의 음반은 더 특별한 가치를 갖는다. 소설과 10곡의 음악, 그리고 소설에 어울리는 OST 5곡까지. 푸른색 음반의 색깔부터 음악의 순서, 트랙리스트 하나 하나까지 온 신경을 기울인 그다.
루시드폴은 "다음 음반도 '음반의 형태'가 될 것은 확실하다. 누군가가 내 음반을 간직해줬으면 좋겠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형태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물리적으로 만질 수 있고, 안을 수 있고, 냄새를 맡을 수도, 가방에 넣을 수도 있는 그 무엇이 내 음반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음원차트에 있는 가상의 디지털로만 존재하는 것은 한 뮤지션으로서 허무할 것 같다.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형태지만 누군가가 내 음반을 책장 구석에 꽂아놓고, 중고시장에 돌아다니고, 이런 만질 수 있는 형태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음반을 낼 것"이라고 전했다. /seon@osen.co.kr
[사진]안테나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