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희봉이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하륜으로 등장, 조선 건국을 위한 유아인과 김명민의 연합을 뒤흔들고 있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책략가인 하륜은 자신의 통찰력을 뽐내기 위해 “여기서 문제”라는 말을 자주 내뱉고 있다. 능구렁이 같은 하륜이 유아인과 김명민의 앞날을 방해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순간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1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23회는 하륜이 고려의 검은 권력인 붉은 문양을 쓰는 조직을 뒤쫓다가 조준(이명행 분)의 토지개혁 설계를 알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정도전(김명민 분)이 조준을 찾는다는 것을 파악한 후 하륜은 정도전이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정도전은 하륜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상태. 정도전 못지않은 책략가인 하륜은 이성계(천호진 분)를 새 왕으로 만들어 새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정도전의 방해가 되고 있다. ‘육룡이 나르샤’는 이인겸(최종원 분)과 길태미(박혁권 분), 홍인방(전노민 분)의 세력이 무너진 후 정도전과 이성계, 그리고 이방원(유아인 분)에게 고춧가루를 팍팍 뿌릴 인물로 하륜을 선택했다. 하륜은 이미 22회에서 장안에 이 씨 성이 된 자가 왕이 된다는 소문을 퍼뜨려 정도전과 이성계, 이방원을 혼란에 빠뜨릴 정도로 치밀한 계략을 세울 수 있는 명석한 두뇌회전의 인물이다.
자신이 짠 판에서 다른 인물들이 놀아나기를 바라는 책략가로서의 야심도 커서 큰 갈등 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조희봉은 속내를 알 수 없는 하륜을 얄밉도록 능수능란하게 연기하고 있다. 자신이 세운 계략을 상대에게 알아맞히게 만들며 마치 한 수를 가르쳐주겠다는 식의 자신만만한 모습은 “여기서 문제”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인겸이 도당에 복귀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미 죽었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사실관계도 “여기서 문제”라는 마치 내가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꿰뚫고 있다는 식의 자만감과 합쳐져 시청자들이 하륜의 계략을 추측하게 만드는 재미를 형성하는 중이다.
정도전과의 입씨름에서도 “여기서 문제. 저는 왜 그럴까요? 왜 그런 일에 늘 제가 낄까요?”라고 상대를 농락하며 질문을 던졌다. 이 같은 질문은 하륜이 정도전 못지않게 빼어난 책략가이자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단 번에 알 수 있게 만들었다. 특히 조희봉은 미세하게 변화하는 눈빛으로 하륜의 검디검은 속내를 표현하다가도, 자신의 호위무사에게는 다소 허술한 모습을 보이며 하륜을 매력적인 인물로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시청자들은 하륜이 등장할 때마다 그의 표정 변화와 술수를 살피면서 앞으로 닥칠 위기를 예측하고 있다. 하륜이 드라마의 박진감을 높인 셈이다.
책략가로서 유명세를 떨치기 위해 장기를 두듯 장난질을 한다는 정도전의 지적처럼 알고 보니 가장 무서운 인물인 하륜의 등장은 ‘육룡이 나르샤’의 새로운 긴장감이 되고 있다. 동시에 “여기서 문제”라는 하륜의 말버릇이 벌써부터 입에 착착 감기며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유아인의 “낭만적이야”를 잇는 유행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 jmpyo@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