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선마술사'(김대승 감독)는 여러모로 영화 '트와일라잇'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남자주인공이 뱀파이어가 아닌 마술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운명적으로 만난 젊은 남녀의 불같은 사랑을 그린 판타지 로맨스 영화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 때문에 다소 오글거림이 있을 수 있긴 하나, 순수하면서도 천진난만한 사랑을 밀고 나간 점이 미덕이다.
'조선마술사'는 1650년(효종 1년) 청의 황자 구왕으로부터 조선의 공주를 얻어 결혼하겠다는 요청이 있자, 미혼인 공주들 대신 청으로 사행단과 함께 떠났던 종친 금림군 이개윤의 딸 의순공주의 일화에 조선시대의 마술사, 혹 환술사라고도 불리는 남사당패 얼른쇠의 이야기를 덧붙여 구성한 작품이다.
수행무사 안동휘(이경영 분)와 함께 사행단을 꾸려 청나라로 떠나게 된 청명공주(고아라 분)는 평안도에 잠시 머무르게 되고, 거기서 우연히 환술사(마술사) 환희(유승호 분)를 만나게 된다. 환희는 평안도 최대 유곽 물랑루(없을 물, 밝을 랑, 정자루)를 대표하는 오드아이 환술사로 어린시절 청나라 마술사 귀몰(곽도원 분)의 원한을 산 바 있어 장님인 누이 보음(조윤희 분)과 도망을 다닌다.
전반적으로 균형이 좋은 작품이다. 사랑과 환술,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긴장감을 잃지 않고 유려하게 뒤엉켜 펼쳐진다. 환희는 환술사라는 점 때문에 청명에게 여러가지 환상적인 마술을 보여주는데, 그런 모습들이 단순한 오글거림(?)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두 주인공 유승호, 고아라의 안정적인 연기력이 한몫했다. 보음이나 귀몰, 안동휘 역시 마찬가지다. 탁월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어찌보면 얄팍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들에 살과 뼈를 입혀 관객들의 몰입을 도왔다.
더불어 "보는 이들이 거짓말이라고 하지 않을 만큼 자신감 있게 상상해내자"고 했던 김대승 감독의 생각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환상적인 공간에서 공포스러운 공간으로 순식간에 얼굴을 바꾸는 물랑루라는 가상의 공간과 상상력이 가미된 조선시대판 마술 등이 그렇다. 특히 마술은 극에 서스펜스를 부여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돼 신선하면서도 작품만의 개성을 부여한다.
한편 '조선마술사'는 평안도 최대 유곽 물랑루의 자랑이자 의주의 보배인 조선 최고 마술사 환희와 청나라 11번째 왕자빈으로 혼례를 치르러 떠나는 청명의 사랑을 그린 영화. 오는 30일 개봉한다. /eujenej@osen.co.kr
[사진] '조선마술사'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