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큰 인기를 끌었던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조연출이자 온갖 실험 대상이 된다는 이유로 모르모트 PD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권해봄 PD의 활약을 빼놓을 수가 없다. 권 PD는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당황할 때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표정과 운동에는 걸맞지 않은 뻣뻣한 ‘몸뚱아리’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걸그룹 멤버들과 귀엽고 웃긴 조합을 보여주는가 하면, 최근에는 격투기 선수 김동현의 속을 박박 긁는 얄미운 행동으로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미친 조합’을 만들고 있다.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얼굴 팩을 붙이고 뒤에 앉아 있어도 조명을 비춘 것마냥 모르모트 PD만 보이는 시선집중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 모르모트 PD의 탄생, 예정화의 “PD님”
모르모트 PD는 ‘마리텔’ 첫 방송에서 트레이너 예정화의 부름에 마치 어쩔 수 없이 끌려온 도살장의 소마냥 주저주저했다. 뛰어난 몸매의 예정화와 함께 커플 요가를 하면서 마음처럼 쉽사리 되지 않는 뻣뻣한 몸 때문에 식은 땀을 흘리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동그란 안경 속 동그란 눈을 치켜뜨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거나, 대한민국 평균 남자들이 그러하듯 운동을 하지 않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몹쓸 몸’은 응원을 유발했다. 예정화는 매 순간마다 사투리 섞인 힘찬 목소리로 “PD님”을 찾았는데, 모르모트 PD는 이때부터 여성 출연자들의 부름에 달려나와서 온갖 실험을 해야 하는 운명이 됐다. 모르모트 PD는 이후 신수지와 호흡을 맞추며 플라잉 요가까지 시도하기도 했다.
# 여자친구가 보고 있다, 솔지와의 음치 탈출기
모르모트 PD는 유독 걸그룹 멤버들과 상상 외로 커플 호흡을 보여줬다. 여자친구의 존재를 걱정하면서도 예쁜 걸그룹 멤버와 티격태격하면서 사랑스러운 조합을 자랑했다. 특히 EXID 솔지와는 요상한 경쟁 심리를 발휘하며 댄스 음악 게임 대결로 재미를 선사했다. 물론 처음 시작은 솔지의 장기인 노래 가르쳐주기였으나, 가장 큰 웃음을 선물한 것은 두 사람이 댄스 음악 게임 대결을 마치 초등학생처럼 싸우면서 했다는 것. 작은 점수 차이 하나로 신경전을 벌이는 두 사람의 댄스 음악 게임은 승리자가 누가 될 지 궁금한 왠지 모를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됐다. 여기에 솔지의 모르모트 PD에게 노래를 가르쳐주겠다는 투철한 의지가 담긴 호흡법 설파와 뭘 해도 되지 않는 ‘틀린 몸’인 모르모트 PD의 마치 울 것 같은 표정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전설의 풍차 교수 뒤엔 모르모트 PD가 있었다
에이핑크 남주와 연기 수업을 받은 모르모트 PD. 연기예술학과 겸임 교수이자 남주의 스승인 김현아 교수는 독특한 호흡법과 몸을 사리지 않는 화술로 ‘마리텔’이 탄생시킨 일반인 스타였다. 특히 남주와 모르모트 PD는 김현아 교수의 열정적인 강습에 따라 허공에서 탁구를 치거나, 마치 정글에 온 것마냥 독침을 쓰는 연기를 펼쳤다.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르모트 PD와 남주의 기상천외한 연기 강습 현장이 올해 최고의 웃음 명장면이 됐다. 진지하려고 노력해도 쉽사리 되지 않는 개그보다 웃긴 화술 강습은 다음 날 인터넷을 뒤덮었다.
# 초아와의 가상 연애, 남자들의 판타지 충족
모르모트 PD는 ‘실험 PD’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PD답게 ‘마리텔’ 구성의 변화를 몸소 체험했다. ‘마리텔’은 가상 현실을 다뤘는데 네티즌이 지시한대로 모르모트 PD와 초아가 가상 연애를 벌이는 구성이었다. 일부 남자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이 구성은 호불호가 확 엇갈리고, 심지어 여자들에게는 다소 비호감으로 다가왔지만 일단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었다. 특히 다소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모르모트 PD가 네티즌의 지시대로 행동을 해서 웃기거나 짠한 상황극을 만들었고, 묘한 중독성을 발휘했다. 침착하게 재밌는 가상 현실을 구현한 초아와 다소 남성미가 떨어져서 거부감이 덜했던 모르모트 PD의 조합은 설렘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했다.
# 박지우부터 김동현까지, 남자들과도 잘 맞다
모르모트 PD는 누구와 있어도 ‘미친 조합’을 보여줬다. 보통 여자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지만 박지우와 김동현 등 상남자들과도 호흡이 좋았다. 박지우는 모르모트 PD에게 댄스 스포츠를 가르쳤는데, 그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최악의 몸”이라고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나 친절하고 차근차근 설명을 한다는 박지우가 버럭 화를 낼 수밖에 없었던 ‘교정 불가’몸이었던 것. 모르모트 PD는 툭 건드리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박지우의 ‘파워 강습’을 받으며 어떻게든 자연스러운 춤을 보여주려고 노력은 했지만, 결국엔 작정하고 웃기려고 하는 개그보다 재밌는 몸개그가 나왔다. 김동현은 왜소한 모르모트 PD를 쉽사리 제압하지 못하는 바람에 웃음을 안겼다. 격투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나선 김동현이 자신만만하게 모든 동작을 막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재치 있는 모르모트 PD의 역공격에 속수무책 맞고만 있는 반전이 웃음을 빵빵 터뜨렸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