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속 신세경의 활약이 눈부시다. 위기 앞에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강단이 대단하다. 그러다가도 변요한, 정유미 등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 짓고 오순도순 살아갈 꿈을 그릴 때는 해맑고 순수한 소녀의 모습 그대로다. 캐릭터의 매력을 완벽히 살려내는 신세경의 연기력 역시 일품이라는 평가다.
신세경은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에서 육룡 중 유일한 여자인 분이를 연기하고 있다. 분이는 억압받는 민초를 대변하는 인물로, 배 안 굶고 살수 있기만 바라는 이서군 사람들을 이끄는 ‘대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방원(유아인 분)은 분이를 사람들이 ‘분이 대장’이라 부르는 것이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분이는 고려 말 핍박 받는 민초들의 든든한 동지이자 희망이 되어주고 있다.
어떤 위기가 닥쳐와도 절대 좌절하거나 굴복하지 않는 강단은 분이의 최대 매력으로 손꼽힌다. 분이는 정도전(김명민 분)의 뜻에 따라 마을 사람들과 버려진 땅에 농사를 지었지만 이마저도 권문세족들에게 빼앗겼고, 죽은 언년을 위해 관아에 불을 지른 분이는 정도전을 찾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이 때 이방원은 분이를 보고는 “쟤 너무 낭만적이다”라며 로맨스에 불씨를 당겼다.
이후 분이는 이방원과 정도전을 도와 썩은 고려를 타도하고 새 나라를 세우는 일에 동참했는데, 위기 상황마다 늘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왔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방원의 가족들을 구해낸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이는 신세경의 흔들림 없는 눈빛과 결연한 표정, 똑부러지는 목소리가 만나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로 재탄생되고 있다.
지난 22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24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방원이 조준(이명행 분)의 자료를 지키다 흑첩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게 된 분이는 기지를 발휘했다. 이방원이 쏜 화살을 맞고 죽은 흑첩의 옷으로 위장을 한 채 잠입, 하륜(조희봉 분)의 목에 칼을 들이댄 것. 손발이 척척 맞는 분이와 이방원은 이후에도 위기 상황을 무사히 넘기며 조준의 자료를 무사히 가져올 수 있었다.
분이는 매 순간 침착했고 당당했으며 카리스마가 넘쳤다. 본인의 말대로 처음으로 칼을 잡고 상대를 위협했을 텐데도 전혀 두려워하거나 머뭇거리지 않았다. 하지만 오빠인 이방지(변요한 분) 앞에서만큼은 달랐다. 길선미(박혁권 분)의 위협을 받던 분이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달려온 이방지를 보고는 “오라비”라 부르며 눈물을 떨궜다. 늘 그렇듯 이방지 앞에서만큼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순둥한 여동생이 됐던 것. 또 “나도 (고향에) 가도 될까?”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연희(정유미 분)의 말에 감격스러워 하고, 이를 이방지에게 가 기쁜 목소리로 알려주는 분이는 해맑고 순수한 소녀 그 자체였다.
남자 배우들이 주를 이루는 사극, 특히 50부작의 호흡이 긴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는 자칫 잘못하면 갈 길을 잃거나 매력이 반감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세경이 보여주는 분이는 회를 거듭할수록 자신의 진가를 재확인시키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고 있다. 로맨스를 위해 소비되는 캐릭터가 아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그리고 흐트러짐 없는 눈빛과 다양한 표정 속 적절한 감정 연기를 통해 개혁에 대한 의지와 가족을 향한 사랑을 여실히 드러내는 신세경의 남다른 연기력은 ‘육룡이 나르샤’를 더욱 애청하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