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맑은 피부와 청순한 긴 생머리. 겉모습만 봐선 조신하고 얌전한 ‘소녀’ 같지만 입만 떼면 능청스러운 ‘아줌마’다. 그녀에게서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억누르지 않는 자유가 느껴진다. 늘 봐도 식상하지 않는 사람냄새 나는 여자. 그래서 고현정의 주변에는 10년 넘게, 오래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지난 22일 방송된 SBS플러스 예능 ‘현정의 틈 보일樂 말락’(이하 현정의 틈)은 지난 첫 방송에 이어 고현정의 일상 속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사상 처음으로 고현정의 집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고현정은 10년 지기 매니저들에게 차갑게 대하면서도 속으로는 사랑스러운 동생들이라고 표현했다. 이른바 ‘츤데레녀’다. 또 일상에서 숨겨진 애교를 부리며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기도 했다. 특히 가리지 않는 적극적인 ‘먹방’을 선보여 털털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이어 사주를 보러 간 고현정에게 덕담을 건네는 역술인의 모습이 이어졌다. “모든 고생이 끝나고 태양이 뜰 일만 남았다”며 “여기에 온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가운 이야기에 고현정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고, 이어 내심 궁금했던 ‘연애’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앞선 답변과 달리 역술가의 말은 고현정이 기대한 답이 아니었다. 역술가는 “의외로 남자가 별로 없다”고 말해 그녀를 절망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내후년까지 남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고현정은 질문을 던진 자신을 탓하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고, 역술가는 2020년에는 같이 인생을 논할 수 있을만한 사람이 올 것이라고 희망어린 말을 건네며 그를 위로했다.
고현정의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는 꺾이지 않았다. 북 콘서트 무대 콘셉트에 관한 회의를 마친 후 자리에 함께한 디자이너에게 자신에게 해주기로 한 소개팅의 진행 상황을 물었다. 이에 디자이너는 여러 명의 후보가 있다고 답했고, 고현정은 “나라고 얘기했는데 만나보겠다고 했느냐”며 믿기지 않는 듯 재차 확인했다. 평소 고현정이 좋아하는 남자 스타일을 참고해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마음의 준비만 하면 된다는 디자이너의 말에 고현정은 “언제 들어와요. 겨울에 만나자”라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그녀를 위해 제작진은 특별한 소개팅을 준비했다. 소개팅 상대는 바로 버나드 박. 고현정은 몇 주 전 제작진과 콘서트 회의 중 나온 버나드 박의 이름만으로도 수줍은 표정을 감추지 못한 바 있다. 이날 매니저들에게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그의 사진을 자랑하며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북 콘서트의 조언을 얻기 위해 평소 친분이 있는 윤상과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곳에 고현정은 모습을 드러냈고, 그의 앞에는 다름 아닌 버나드 박이 있었다. 이에 고현정은 순간 할 말을 잃은 채 어색한 인사를 나누며 수줍은 첫 마디를 꺼냈다. 또한 버나드 박에게 북 콘서트의 출연을 부탁하며 듣고 싶은 노래를 이야기하는 그의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가득했다.
드라마 속 고현정은 유달리 순정파 역할을 자주 맡았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여성으로 등장해 폭넓은 공감을 얻은 것. 또 희대의 악녀로서 카리스마를 발산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일상 속 고현정은 참 잘 웃었다. 이래도 웃고, 저래도 웃고. 그 웃음이 꾸며진 것이 아니기에 한층 소탈하게 느껴졌다. 이 같은 모습과 성격이 바로 고현정의 매력. 당당하지만 예의 없지 않고, 누구에게나 거리를 두지 않고 서슴없이 다가간다. 고현정에게선 사람냄새가 난다./ purplish@osen.co.kr
[사진]'현정의 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