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이방원(유아인 분)을 중심으로 조선 건국 과정을 그리고 있는 드라마로 ‘역사가 스포’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게다가 이성계(천호진 분), 정도전(김명민 분) 등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이미 여러 차례 방송이 되었던 관계로 ‘육룡이 나르샤’의 스토리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하륜(조희봉 분) 역시 마찬가지다. 첫 등장에서 소개된 바와 같이 하륜은 이방원을 왕으로 세우는 책사이다. 그렇기에 그가 이방원의 관상을 호기롭게 관찰하는 모습은 앞으로의 극 전개를 위함임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정도전과 대립하는 장면 또한 앞으로 거듭될 두 사람의 지략 대결을 예상케 한다.
그런데 ‘육룡이 나르샤’는 이 뻔한 듯 보이는 스토리를 뒤집는 힘이 넘치는 드라마다. 분이(신세경 분), 이방지(변요한 분), 무휼(윤균상 분) 등 가상의 인물을 통한 새로움이 배가 됐으며 각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력과 무시 못할 존재감이 극에 활력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은 볼 수 없어 안타까운 길태미(박혁권 분)는 기대 이상의 악역 캐릭터를 완성, 시청자들의 무한 사랑을 받았다.
또한 이방원의 “낭만적”이라는 대사나 분이가 먼저 이방원에게 “사랑해”라고 고백하는 장면 등은 팩션 사극의 묘미를 십분 살려주는 장치가 되고 있다. 이는 조선 건국과 도당 정치라는 무거운 주제에 시청자들이 지치지 않게 하는 웃음 포인트이기도 한데 지난 22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24회에서도 여러 차례 등장해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하륜은 이방원의 관상에 대해 “정말 무시무시하다”고 감탄하며 “넌 날 닮았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에 이방원은 ‘어이가 없네’라는 표정을 짓더니 “아, 죽겠네”, “마지막으로 거울을 본 게 언제냐”고 진지하게 물었다. 결국 하륜은 한숨을 내쉬고는 “니가 나보다 좀 더 잘생기긴 했다”고 인정을 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길태미의 쌍둥이 형인 길선미(박혁권 분)는 자신을 보는 사람들 모두가 “길태미?”라고 묻자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나 길태미 아니다”라고 소리를 내지르거나 “얼마나 나대고 다녔으면”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뒤늦게 나타난 이방원까지 자신을 길태미라고 알아보자 금방 욕이라도 할 것처럼 얼굴을 찌푸리는 박혁권의 모습은 ‘1인 2역’이기에 가능한 묘미를 완성했다.
극에 소소한 웃음을 더하는 인물로는 무휼 윤균상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무사로서 이방지에 대한 부러움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는데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할머니(서이숙 분), 갑분(이초희 분)와 함께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수련을 하는 이방지를 지켜봤는데, “저는 동방쌍룡 24수를 수련하는데 굉장히 바쁘다”며 변명을 했다. 하지만 밤에 남 몰래 이방지를 따라 수련을 하다가 사발을 여러 차례 깨먹는 모습이 공개돼 ‘역시 무휼’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남자들 앞에서는 은근 허세를 부리기도 하지만 여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무휼은 이방지와 연희(정유미 분) 사이를 놀리기도 했는데, 갑분이 소리를 치자 금세 “아니야?”라며 고개를 숙여 안쓰러움을 동반하기도 했다. 늘 그렇듯 영규(민성욱 분)과는 티격태격하기 일쑤. 영규는 도화전 갈 생각에 들떠하는 무휼을 혼냈다. 하지만 도화전에 도착한 뒤 영규는 미소를 지으며 껑충 껑충 뛰듯 걸어 다녀 마치 시트콤을 보는 듯한 깨알 재미를 선사했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