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균은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무려 24살 아들을 둔 45살의 중년을 연기한다. 실제로 1980년생인 김성균은 극중에서 1944년생을 연기하고 있다.
2년 전 ‘응답하라 1994’에서 학교를 일찍 들어간 대학생이자 18살 삼천포를 연기했던 김성균은 같은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30년 가까이 차이 나는 역할을 연기한다. 삼천포가 워낙 노안인 설정이기도 하지만, 한 배우가 특수 분장 없이 30년 가까이 차이 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삼천포에서 서울로 올라온 ‘시골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무지하게 싫어했던 삼천포는 자신 밖에 모르지만 귀여운 구석이 많았다. 상경 첫 날 택시기사 사기에 당해 길을 헤매고, 같은 방을 쓰는 해태(손호준 분)와 티격태격 유치원생처럼 싸우며 18살이라는 극중 어린 나이를 실감하게 했다.
가발을 쓰고 토라질 때마다 입을 쭉 내밀었던 삼천포는 30대 아저씨 김성균이 연기한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졌다. 당시 김성균은 ‘포블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귀여운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분명히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무시무시한 조폭이었고, 실제로는 아이 아빠인데 18살 삼천포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안성맞춤 연기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다.
그야말로 나이를 연기하는 배우인 셈이다. 이번 ‘응답하라 1988’에서는 가발을 벗고 40대 중반의 친근한 아저씨를 연기하고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 애청자이자, 아내 라미란에게 눈총을 받을 지언정 일상생활에서 코미디 유행어를 구사하는 남자. 성덕선(혜리 분)과 함께 “아이고 성사장 반갑구만 반가워요” 유행어를 외쳐야 하루가 행복한 이 구수하고 소박한 ‘김사장’ 김성균은 배우 김성균의 친근한 매력이 가미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언제 그가 ‘포블리’를 연기했나 싶을 정도로 진한 부성애와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있는 ‘우리의 아빠’로 완벽하게 분한 것. 아들에 대한 사랑에 눈물을 보이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아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정밀하게 연기하며 안방극장을 어지간히 울렸다. 18살 ‘포블리’도, 45세 ‘김성균’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작품 속에 녹아들어 우리네 삶을 이야기하는 배우가 김성균인 셈이다. ‘응답하라 1988’ 속 김성균의 이야기가 유독 뭉클한 감성을 건드리는 것은 배우 김성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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