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살았던 쌍문동 골목에는 절친한 친구 네 명이 살았다. 그 중 한 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둑 기사였고, 한 명은 주인집 둘째 아들이자 내 첫사랑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둘 중 한 명이 바로 지금의 내 남편...”
요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tvN ‘응답하라 1988’을 두고 첫사랑 기억 조작 드라마라고 부른다고 한다. 마치 나에게도 저런 친구 또는 첫사랑이 있었던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 꾸밈없으면서도 설레고, 현실적이면서도 재미있게 그려낸 장면들은 ‘응답하라 1988’만의 장점이자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류준열과 혜리의 골목신과 버스 밀착신, 고경표의 첫눈 고백신 등은 단숨에 신드롬을 방불케 하는 화제로 떠오르며 여심을 쥐고 흔들었다. 이 외에도 양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명장면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응답하라 1988’의 첫사랑 기억 조작 장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본격 분석해봤다.
# 첫사랑이 시작된 그 곳, 골목 밀착신
류준열과 혜리는 ‘응답하라 1988’의 커플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커플의 본격적인 러브라인이 시작된 시점은 바로 이 골목신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학여행을 떠난 정환(류준열 분)과 덕선(혜리 분)가 자신들을 찾으러 나온 학주(유재명 분)를 피해 골목으로 숨어들었고, 하필 그 골목의 틈이 한 사람만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기 때문에 서로 밀착할 수밖에 없었던 것.
보는 이들마저 숨을 참게 만드는 그 장면의 긴장감과 설렘은 ‘역대급’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섬세한 연기와 연출이 빛났다. 정환과 덕선을 연기하는 류준열과 혜리의 눈빛과 행동 모두 첫사랑에 눈 뜬 청춘 그 자체를 표현했던 것. 당분간은 이 장면을 뛰어넘을 드라마는 한동안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감히 예상해본다.
# “만나지마까”를 잇는 “하지 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시초인 ‘응답하라 1997’에서도 첫사랑을 조작하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윤제(서인국 분)가 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시원(정은지 분)을 향해 “만나지 마까”라고 물어본 것. 그는 또 다른 친구 유정(신소율 분)에게 고백을 받고 시원을 찾아가 위와 같이 물어봤다. 이 장면 역시 두 사람의 미묘한 사이를 드러내는 긴장감과 설렘으로 많은 이들을 잠 못 이루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에서는 류준열이 서인국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남자의 마음을 확인해보기 위해서는 “나 소개팅 할까?”라고 물어보라는 친구들의 꾀임에 넘어간 덕선이 정환에게 그대로 물었고, 정환은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하지 마. 소개팅”이라고 낮게 말하며 숨겨왔던 마음을 슬쩍 드러냈다. 앞서 ‘골목 밀착신’이 두 사람의 첫 사랑이 시작된 장면이었다면, 이번 장면은 정환이 자신의 짝사랑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 쌍문동에 류준열만 있나? 박보검의 등판
류준열·혜리 커플만큼 두터운 인기를 자랑하는 커플이 또 있다. 바로 박보검과 혜리가 그 주인공. 복받은 여주인공 혜리는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 류준열과 박보검은 가진 매력이 정반대라 더욱 고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환이 앞에서는 틱틱거리면서 뒤에서는 자상하게 챙겨주는 ‘츤데레’라면 택(박보검 분)은 왠지 모르게 물가에 내놓은 아기처럼 불안해서 챙겨주고 싶은 모성애를 자극하는 매력이 있다.
특히 택·덕선 커플을 지지하는 팬들이 늘어난 계기는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앵긴다”는 택의 버릇 때문. 무려 10시간 넘게 계속된 대국을 마치고 지친 발걸음으로 돌아온 택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덕선을 보곤 가까이 다가서서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본격 삼각관계를 예고하는 이 장면은 괜히 보는 이들마저 누구를 골라야할지 고민하게 만들게 만들기도 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