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수첩] 조승우, 평범의 클래식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5.12.24 09: 08

‘평범함의 클래식’으로 배우 조승우를 따라갈 이가 있을까요?
영화 ‘내부자들’의 인기가 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일군 성과만 보더라도 상당한데요.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 가운데 최단기간 흥행 기록을 100만 단위로 갈아치우는가 하면 지난 22일에는 누적관객수 650만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개봉한 지 한 달이 넘은 것 치고는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는 셈이죠.
많은 사람들이 ‘내부자들’을 잠시 주춤했던 배우 이병헌의 재기작, 그가 연기한 안상구는 ‘인생 캐릭터’라 표현합니다. 이병헌은 스크린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눈빛 연기로 관객과 평단을 모두 압도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우장훈 검사로 분한 조승우에게도 눈길이 쏠리는 것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그의 주특기인 ‘돈 없고 빽 없는’ 역할을 이번에도 탁월하게 소화해냈기 때문이죠.

조승우는 1999년 거장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으로 파격적 신고식을 치른 이후 기복 없는 연기력으로 보는 이들의 오감을 만족시켰습니다. 매번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실력을 의심받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죠. 특히 영화 ‘와니와 준하’나 ‘암살’의 경우에는 아직도 조승우를 주연급으로 알고 있는 관객들이 많을 정도입니다. 그런 조승우가 도전했던 수많은 역할 가운데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평범의 정석과도 같은 인물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캐릭터들은 이 무난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대신 끊임 없이 맞서고, 도전한다는 점에서도 유사합니다.
생활에 찌들어 한때 정의를 버렸던 인물인 SBS 드라마 ‘신의 선물’ 속 기동찬이 그랬고, 영화 ‘타짜’의 고니도 그랬습니다. 조승우의 외모는 이처럼 평범하디 평범한 인물들이 보여 주는 고군분투를 표현하기에 적합합니다. 그의 얼굴은 흔한 듯 하면서도 범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가는 눈매와 매끄럽게 뻗은 콧대의 조화가 매우 섬세하면서도 남성적입니다. 눈 밑의 점은 조승우의 얼굴을 자꾸만 다시 들여다 보게 만듭니다. 특히 조승우의 입매가 길게 호선을 그리며 미소를 지을 때는 섹시하다는 느낌까지 들죠. 그야말로 선이 멋진 얼굴입니다. 평범하지만 평범에 그치지 않는 역할이 그의 외모와도 닮았습니다.
특히 ‘내부자들’의 우장훈 검사가 그렇습니다. 지방대 출신에 시골에서 서점을 하는 아버지를 둔 우장훈은 검찰 내에서 ‘족보도 없는 놈’이라며 멸시당합니다. 화려한 배경의 동료들과는 이미 신분이 다른 느낌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로, 위로 올라가고 싶어 조직에 충성을 다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쓰라린 배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우장훈은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당한 안상구와 손을 잡습니다.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요? 특히 우장훈의 능청스러움은 핏빛 복수극을 보다 유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거짓말도 서슴치 않죠. 욕설을 섞어 가며 안상구와 대화를 주고 받을 때는 피식 웃음도 납니다. 결국에는 단단한 정의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휘어지기를 택한 우장훈, 매력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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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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