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클릭비 멤버 김상혁(32)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한 해를 보냈다. 숙원이었던 클릭비가 새 앨범을 발매했고, 진정성 있는 반성으로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덜어냈다. 2005년 음주 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후 어린 마음에 거짓말을 했다가 대중을 실망시켰던 김상혁은 어느새 30대 초반의 성숙한 남자가 돼 있었다.
직접 만난 김상혁은 자신에 대한 대중의 비난도, 그리고 최근 들어 달라진 분위기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너무 긴 시간 동안 활동을 하지 못했던 그이기에 자신을 향한 날선 시선에 대해 원망도 할 법도 하지만, 그는 “당연히 욕먹을 만 했다”고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깊은 반성 끝에 활동을 재개했다.
-요즘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데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주변 공기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저를 바라보는 느낌이 다른 걸 느끼죠. 따뜻해진 느낌이에요. 감사하죠. 지난해만 해도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이제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음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요즘 얼굴이 보기 좋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칭찬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자숙 기간이 길었는데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
어떤 분들은 제가 10년 자숙을 했다고 자숙의 왕이라고 하시더라고요. 10년간 복귀를 하려고 노력을 해왔어요. 매번 무산됐었죠. 중간에 케이블 방송에 일회성으로 출연을 했지만, 정식 복귀는 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죠. 오랜 시간 일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은 없어요. 지금이라도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예전보다는 조금은 따뜻하게 저를 봐주시는 게 감사하죠.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가족들은 어땠나.
아무래도 가족들은 제가 욕을 먹는 게 안타까웠을 거예요. 굳이 연예인을 하지 말고 다른 것을 하라고 했죠. 동생을 도와 의류 사업을 하기는 했어요. 어머니는 제가 왕성하게 활동을 했던 그 시절의 모습이 좋게 보였나봐요. 요즘에 다시 활동을 하니까 어머니께서 좋아하세요. 제가 ‘라디오스타’에서 어머니 성함을 말했는데, 말씀으로는 친구들이 놀린다고 하는데 즐거워 보이셨어요. 제가 활동을 다시 하면서 효도를 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어머니께 잘하는 아들인가 보다.
아니에요. 엄마랑 자주 싸워요.(웃음) 싸우고 후회를 하죠.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께 상처가 되는 말을 많이 했어요. 이제는 안 해야죠. 살아계실 때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머니들은 현금을 좋아하시니까 어버이날에 돈을 모아서 드렸어요.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동안 마음고생 시켜드린 것 열심히 활동하면서 보답해드리려고요.
-다른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에 비해 자숙 시간이 길었다.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일정이 잡히고도 취소되는 일이 많았어요. 제가 괘씸해 보였을 거예요. 대중에게 배신감이 더 컸을 거고요. 제가 활동을 할 때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사람이었는데, 거짓말을 했으니까요. 그땐 너무 어린 나이였고, 무서웠어요. 거짓말로 변명을 했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던 거죠. 원래 제 모습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고 용서를 구하고 자숙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그때 솔직하게 말을 했다면 지금보다는 덜 욕을 먹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때 그 사건, 김상혁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어렸을 때는 자존심도 셌어요. 소위 뻣뻣한 스타일이었죠. 저를 좋아해주면 한없이 좋아하고, 저를 싫어하면 그 이상으로 뻣뻣하게 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무관심이 제일 무섭더라고요. 아무렇지도 않게 김상혁이 아니라 그냥 김 씨가 된 느낌이었어요. 엄청 무서웠죠. 자숙을 하면서 많이 내려놨어요. 마음도 비웠고요. 어느 순간 차분하게 되더라고요. 어떤 관심이든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저를 싫어하는 분들이 있더라도, 저를 해치는 것은 아니잖아요. 다만 저를 싫어하는 의견이 있을 뿐인 거니까요. 그래서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많이 깨달았죠. 과거보다는 앞으로가 중요한 거니까요.
-엉뚱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많이 차분해진 것 같다.
아니에요.(웃음) 전 원래부터 엉뚱한 성격은 아니에요. 예능프로그램에서 한 말들은 다 이유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이유들이 방송되지 않고, 앞부분 말만 들으니까 엉뚱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말투도 좀 엉뚱하게 느껴질 만한 말투니까요. / jmpyo@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