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가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애환을 대변하며 안방에 감동과 눈물을 선사했다. 자신이 굴욕을 당할지언정, 가족이 이용당하는 것은 싫고, 가족을 위해 오늘도 참았지만, 또 가족을 위해 참았던 분노를 폭발시키기도 한다. 또 가장의 무게를 알기에 가족을 위해 배신을 선택한 부하를 다독인다. 정준호는 그렇게 가장의 모습을 연기하며 진심을 전달했다.
MBC 수목극 ‘달콤살벌 패밀리’는 조직에서 넘버 2지만, 한 가정의 가장인 태수(정준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태수는 넘버 1, 백회장(김응수)을 아버지라 여기며 그에게 충성을 다하지만, 뱀같은 백회장은 그런 태수를 이용한다. 백회장은 자신의 전 며느리였던 도경(유선)과 아들 기범(정웅인)이 다시 만나는 것이 싫어서 도경을 대구에서 쫓아낼 궁리를 한다.
마침 도경은 태수와 기범이 제작하는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오디션을 보고, 이를 안 백회장은 은옥(문정희)에게 오디션에 같이 도전해 꼭 여주인공 자리를 따내라고 지시한다. 은옥은 자신의 집이 백회장 명의에서 자신의 명의로 바꿔준다는 말에 찝찝한 기분을 안고 오디션에 응한다. 은옥을 최선을 다해 여주인공 자리를 따내고, 백회장에게 집문서를 요구하지만 백회장은 촬영이 끝나면 해주겠다고 딴소리를 했다.
23일 방송에는 이 사실을 안 태수가 분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태수는 백회장에게 “개는 나 하나로 족하다. 내 아내까지 이용하지 마라”고 일갈한다. 이후 태수는 백회장에게서 이제 벗어날 때가 됐다고 생각해 다른 직업을 알아보고, 이를 안 백회장은 태수를 잡아둘 생각에 태수가 관리하는 장부를 조작해 태수를 몰아붙인다.
그동안 백회장에 대한 의리와 가족을 위해 부당한 일도 참아왔던 태수는 이날 결국 폭발했다. 백회장의 비자금 장부로 협박을 하며 자신과의 관계를 정리해달라고 했던 것. 참아왔던울분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이날 태수는 대한민국 가장의 리얼한 자화상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짠하게 만들었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다른 직업을 찾아다니지만, 돈도 없고 빽도 없는 현실을 그를 암담하게 만든다. 식당을 하는 친구도, 붕어빵 장사를 하는 친구들도 힘들다고만 하는 현실. 그는 소주를 마시며 “다들 힘들게 살고 있다”고 한탄스러워 했다.
가족을 위해 자존심은 호주머니에 넣고 발버둥을 쳤지만, 현실은 점점 그를 죄어오기만 했다. 결국 가족마저 굴욕을 당하는 현실 앞에서 칼을 빼든 태수. 백회장의 그늘에서 독립해 소박해도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길 응원한다. / bonbon@osen.co.kr
[사진] ‘달콤살벌 패밀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