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오케피', 황정민 작품에 조연은 없다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5.12.24 11: 07

 배우 황정민의 진가는 연출가로 나섰을 때 더욱 빛을 발했다. 어느덧 촬영장에서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선생님’으로 불리게 됐다던 황정민은 이제 작품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위치에 서있게 됐다. 고된 곳은 자신이 선봉대에 올랐지만, 작품 안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으로 빛날 수 있게 바짝 밀어주는 리더십이 돋보였다.
그러다 보니 그가 출연한 영화 ‘히말라야’에도, 뮤지컬 ‘오케피’에도 조연은 없었다.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떠난 휴먼원정대의 실화를 그린 작품. 영화에서는 생을 마감한 동료도, 휴먼원정대의 대원들도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주제를 더욱 강조한다. 특별출연한 정유미까지 모두가 돋보이는 주연이었다.
베일을 벗은 ‘오케피’에서는 더욱 그랬다. ‘오케피’는 뮤지컬 무대아래공간인 오케피(오케스트라 피트의 줄임말)를 무대화한 작품. 화려한 무대 아래 오케피 단원들이 보여주는 현실적인 삶을 담는다.

1막은 캐릭터 마다의 사연에 집중한다. 컨덕터와 그의 전처 바이올린, 바이올린의 새 남자친구 트럼펫, 여지를 주는 행동으로 오케피 남자들을 모두 홀린 하프, 그녀로 인한 피해자 기타와 색소폰, 20년 만에 몰랐던 딸을 만난 오보에, 존재감 없는 비올라, 억척스러운 엄마 첼로, 실력이 부족한 피아노, 식욕도 잠도 많은 바순, 묵직하게 뒷받침하는 드럼, 희망찬 미래를 꿈꾸고 있는 학생 퍼커션까지 누구 하나도 빠지는 사연이 없다. 이를 통해 모두가 자신의 인생에서는 주인공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메인 커플이 내용과 넘버를 모두 이끌어나가는 보통 뮤지컬의 전개와는 사뭇 다르고 새롭다.
앞선 연습실 공개 현장에서 황정민은 배우들을 가리켜 영화 ‘오션스 일레븐’급 캐스팅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톡톡 튀는 배우들의 캐릭터는 이를 입증한 셈이 됐다.
무대구성도 주제 의식을 잘 보여줬다. 오케피를 다루는 작품인 만큼 실제 오케피 공간을 무대 위로 올렸고 조명도 쏘아 올렸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그들이 박수를 받으며 포문을 열고 공연을 끝마칠 수 있게 한 구성이 돋보였다. 주제의식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주는 장치였다.
또한 이밖에 재밌는 점은 작품이 작품 안에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과 묘하게 접목시키면서 몰입을 높였다는 점이다. 황정민은 극중 오케피를 이끄는 지휘자로 관객들을 향해 등장인물에 대해 설명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실제로 뮤지컬 1부가 끝나고 갖는 인터미션에 대해 “사실 관객들을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건 우리가 쉬기 위함이다”고 설명하더니 실제 뮤지컬 관객들에게 인터미션을 직접 공지해 리얼함이 살았다.
영화에 이어 이번 ‘오케피’에서도 황정민은 휴머니즘을 노래한다. 우리네 정서와 맞닿아있는 곳에 끊임없이 화두를 던지는 그의 따뜻한 시선이 있기에 ‘국민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것이다.
한편 ‘오케피’는 2016년 2월 2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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