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와 유재석, 사과의 달인 [올해의 무도②]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12.28 13: 49

“더 이상 드릴 사과도 없다”던 방송인 유재석은 또 다시 사과를 하고야 말았다. 지난 11년여 동안 언제나 그래왔듯이 말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과 함께 한 2015년이 마무리되고 있다. 유재석은 연초 "'죽지 마'보다 무서운 것이 '빠지지 마'다. 더 이상 시청자 여러분에게 드릴 사과도 없다"라고 지난 해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노홍철과 길의 빈자리를 웃음으로 승화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김태호 PD와 유재석은 더 이상 ‘드릴 사과도 없는’ 이 프로그램의 수장으로서 여러 차례 사과를 했다. ‘무한도전’의 사과는 언제나 시의적절했다. 논란을 기민하게 대처하는 내공은 언제나 빛났다.
실제로 잘못을 했든, 오해이든 일단 불만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이 프로그램은 소통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귀를 기울이고 사과를 표명하는 일이 많다. 특히 ‘무한도전’의 사과문은 사과 주체가 제작진 혹은 출연진으로 다른 이들에게 핑계를 대지 않는 게 특징이다. 책임을 회피하는 단어도 없을뿐더러 논란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개선 의지를 강조하는 현명한 사과를 하고 있다. 사과는 시의적절해야 한다. 너무 빨라도 진정성이 없어 보이고, 너무 늦으면 분노를 키운다. ‘무한도전’이 사과를 하는 시기와 방법은 적절했다.
# 장동민 논란, 2015년 첫 사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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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8일 ‘무한도전’은 유재석의 입을 빌어 사과를 했다. 새 멤버 영입 특집인 식스맨 특집에 출연했던 장동민이 과거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문제가 되면서 식스맨 특집에서 빠지게 된 것. 장동민은 식스맨 특집에 더 이상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재석은 방송을 통해 장동민의 자진 하차 의사를 전하며 “장동민 의사 수용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불편함 느꼈을 시청자들에게 죄송함을 전달 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 의미 있는 공익성의 예상치 못한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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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 ‘무한도전’ 제작진은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무한도전’은 무한 뉴스를 방송하던 중 전국민의 우려를 사는 메르스에 대해 다뤘다. 당시 유재석과 박명수는 정부가 내놓은 예방법이 실효성이 없다는 대다수의 국민 여론을 반영한 상황극을 만들었다.
바로 유재석이 "낙타, 염소, 박쥐의 접촉을 피하라"라고 말하자 박명수가 "어디서 낙타를 보느냐"라고 발끈한 모습이 전파를 탄 것. 정부의 메르스 대응법의 문제가 있다는 많은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준 대목이었다. 통쾌한 사회 풍자였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메르스로 인해 오해를 사고 있는 국내 염소 사육 농가의 곤란한 처지였다. 이를 절감한 제작진은 즉각적인 사과와 함께 후속 조치를 취했다. 제작진은 OSEN에 “염소 등 가축 농가에 심적인 불편함을 드릴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라면서 “염소 농가 등에 걱정을 끼쳐드린 점 죄송하다. 행여나 피해가 되지 않길 바란다”라고 사과했다.
# 무한도전 가요제 쓰레기와 자이언티 전화번호 공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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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은 올해 10주년 가요제를 개최했다. 강원도 평창에서 영동고속도로가요제를 열었는데, 관람객이 남기고 간 쓰레기가 문제였다. 제작진은 논란이 일자 현장 쓰레기를 ‘무한도전’ 제작진과 그들이 고용한 업체가 치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제작진은 청소 전후 사진을 공개하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제작진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무한도전’ 가요제 관람객의 부족한 시민의식 역시 대신 사과를 했다.
가요제는 쓰레기 문제 뿐만 아니라 자이언티가 공개한 전화번호로 인해 후폭풍이 발생했다. 자이언티는 하하와 부른 ‘스폰서’에서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는데, 유사 번호 사용자들이 온갖 전화에 시달리는 후폭풍이 발생했다. 제작진은 “공연을 통해 전화번호가 방송되기 전에 공개되면서 유사 번호 사용자들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방송 이후에는 더욱 큰 불편함이 예상되는 바 해당 이벤트는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면서 사과했다.
# 연말 액땜 제대로 한 박명수 가발 업체 홍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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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무한도전’은 불만 제로 특집이 방송됐다. 한 시청자는 박명수의 머리숱이 많아 보였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개진했고, 제작진은 박명수와 가발 업체를 찾았다. 맞지 않는 가발을 쓰고 어색해 하는 박명수, 그런 박명수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 제작진의 모습이 재기발랄하게 구성됐다. 가발을 쓰지 않는 것보다 머리카락이 부족한 박명수다운 모습이 강조된 상황극과 같았다.
허나 방송 후 이 가발업체가 박명수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홍보 논란으로 번졌다. 제작진은 박명수의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는 맞지만 홍보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제작진은 “급하게 촬영 장소를 섭외해야 하는 상황 가운데 박명수씨 동생이 운영하는 가발업체에 도움을 요청, 촬영을 진행하게 됐다”라면서 “저희는 이 가발매장을 홍보할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방송 내용상 홍보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 또한 하지 못했다. 방송 내용에만 집중하다보니 촬영장소를 선정하는데 있어 더 신중하게 고민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사과했다. 박명수 역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보 의도가 없었지만 예상치 못한 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거듭해서 사과했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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