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가 거대한 악의 축인 남궁민을 무너뜨리기 위한 천재 변호사 유승호의 반격이 시작된 가운데, 혹시나 명품 장르 드라마로서 길을 잃고 ‘멜로 라인’이 툭 튀어나오는 것은 아닌지 안방극장이 조마조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은 살인 누명을 뒤집어쓴 아버지 서재혁(전광렬 분)을 구하기 위해 변호사가 된 아들 서진우(유승호 분)의 분투기를 그리고 있다. 이 드라마는 현실에 있을 법한, 그래서 더욱 씁쓸한 사회 거악들로 인해 울부짖는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때론 분노하기도 하고, 때론 통쾌하기도 하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가장 큰 이야기는 재벌이자 사람을 죽였으며,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남규만(남궁민 분)에 대한 진우의 반격이다. 여기에 진우의 조력자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까지는 진우를 배신한 조폭 변호사 박동호(박성웅 분)의 반전이 예상되고, 점점 극악무도해지는 규만의 섬뜩한 악행들이 시청자들의 분노 속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여기에 정의 구현을 위해 검사가 된 이인아(박인영 분)가 동호와 진우의 인연을 알고 있어, 앞으로 규만과 일호 그룹이라는 극중 대한민국을 움켜쥐는 재벌을 몰락시키기 위한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는 재혁과 진우의 진한 가족 드라마이자, 답답하고 화가 나지만 현실과 맞닿아 있어 흥미로운 사회 드라마이다. 가족애와 사회 고발성 이야기가 적절히 균형을 잡고 있다. 다른 로맨스 드라마와 달리 남녀간의 사랑이 주를 이루고 있지 않다. 5회가 방송된 아직까지는 말이다.
‘리멤버’가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는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지만, 시청자들의 불안 요소가 있다. 일단 정의의 사도로 그려지는 인아가 여성이라는 점, 장르 드라마라 해도 주부 시청자를 꼭 잡아야 하는 한국 드라마 시장의 특성상 로맨스를 결국엔 가미한다는 점이 혹시나 ‘기승전멜로’로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리멤버’는 ‘변호인’ 작가인 윤현호가 집필을 맡은 만큼 탄탄하게 짜인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감각적인 연출로 재밌는 드라마라는 호평 속에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매 순간이 높은 흡인력을 자랑하고 있고,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세련된 연출 감각이 드라마의 재미를 높이는 이유다. 시청자들의 호평이 가득한 가운데, 행여나 갑자기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멜로가 튀어나오는 게 아닌지, 공사다망한 진우가 연애까지 하느라 더 바쁘게 되면서 산만한 이야기로 빠지는 게 아닌지 ‘리멤버’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단 하나의 걱정거리다. 안방극장은 그동안 잘나가는 장르 드라마에 갑자기 멜로가 뿌려져 드라마가 산으로 가는 모습을 많이 지켜봤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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