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B.A.P에게 공백기는 확실히 약이 됐다.
지난 달 15일, 네 번째 미니 앨범 '매트릭스'를 들고 컴백한 B.A.P 최근 두 달여간의 활동을 마감했다. 타이틀곡 '영, 와일드&프리'로 KBS 2TV '뮤직뱅크'와 SBS MTV '더쇼'에서 1위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차지했다.
B.A.P의 컴백은 남달랐다. 1년 9개월만의 컴백 무대는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었는데, 존폐 위기에서 더욱 단단해져 팬들에게 돌아온 것이다.
당연히 본인들이나 팬들에게는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소속사와의 문제로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공백기를 가진 이들이 고스란히 다시 모여 무대에 오른 자체가 어찌보면 하나의 기적이었다. 적어도 가요계에서는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그 만큼 눈물과 웃음, 드라마가 담긴 앨범이 '매트릭스(MATRIX)'였다. 오랜 공백 끝에 무대에 오른 멤버들은 눈물 대신 웃음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고, 과거가 아닌 '현재'를 노래했다.
어찌보면 아이돌 그룹이 겪을 수 있는 최고의 위기를 겪은 이들의 앨범 '매트릭스'는 청춘이라는 큰 테마에서 멤버들과 닮았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기 보다는, 청춘이라 아픔도 겪었다. 그리고 그 만큼 성숙해졌다.
청춘의 방황과 우정을 담아낸 '영, 와일드&프리'는 코러스, 안무, 작사, 스타일링과 전체적인 콘셉트까지 멤버들이 직접 참여해 B.A.P만의 색을 담았다. "시련이 와도 우린 못 막아", "해가 지고 어둠이 와도 끝까지 달려"라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테이크 유 데어'는 멤버 여섯 명 전원이 작사에 참여해 더 의미가 있는 팬송이다. 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팬들이다. 멤버들은 컴백 쇼케이스 "보고 싶었다"라고 첫 인사를 전하며 "여행도 많이 다니고,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가족들과도 좋은 시간 많이 보내고, 제일 많이 한 것은 아무래도 우리 베이비들 생각일 거다. 1년 반 만에 보는 거다. 쉬지 않고 지내다가 쉬게 돼서 그동안 못했던 가족들과의 시간도 많이 보냈다. 쉬면서 이 느낌을 잊었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서니까 역시 정말 좋다"라고 밝혔다. 또 "1년 반 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여러분(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잘 버틸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음반"이라고 말했다.
수록곡 '비 해피'는 청춘의 즐거움과 행복을 희망적으로 표현해 '영, 와일드 & 프리'와는 또 다른 매력과 분위기를 담아냈다. '블라인드'는 청춘의 사랑과 이별에 대한 곡으로 팬들이 꼽는 대표 B.A.P곡이다.
숨고르는 시간 동안 멤버들은 한 발 나아갔다. 데뷔 이래 매 앨범 작업에 참여해 온 리더 방용국은 이번 새 앨범의 프로듀싱을 담당하며 보다 향상된 실력을 선보였고, 그룹 내 퍼포먼스를 맡고 있는 멤버 종업과 젤로가 화려하면서도 절도 있는 퍼포먼스를 탄생시켰다. 자칫 공백기를 거치며 '감'이나 결속력을 잃는 게 아니었을까란 우려는 말끔히 씻어냈다.
방송을 통해 좀 더 대중에 각인되기도 했다. 지난 달 22일 방송된 MBC '복면가왕'에 보컬 대현이 출연, 잘 드러낼 기회가 없던 가창력을 뽐냈다. 대현은 이날 "무대가 너무 그리웠다"라며 "무대에서 너무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행복하다는 말보다 더 행복하다는 감정을 표현할 단어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발단, 전개, 위기를 거친 B.A.P가 과연 어떤 컴백 성과를 보여줄 지 주목됐던 바다. 결과적으로 보다 숫자가 늘어나 그 만큼 치열해진 가요계 보이그룹들 속에서도 확실한 차별화를 이뤘고, 그룹의 최고 강점이라 여겨지던 해외 시장에서의 가능성도 더욱 확고히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B.A.P의 행보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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