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호'의 호랑이, '김대호'가 신인 남우상 후보에 올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도 그럴것이 '대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그리고 CG의 티가 전혀 나지 않는 호랑이의 모습은 '대호'를 보는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하지만 호랑이 만큼이나 '대호'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는 신인 배우가 한 명 더 있다. 지난 2011년 영화 '완득이'를 통해 데뷔했으니 '신인'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진 않겠지만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가진 주연으로서는 이번이 첫 작품이다보니 배우로서의 본격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이쯤되면 누군지 짐작했을터. 바로 석이 역할로 등장한 성유빈이다. 극 중 천만덕(최민식 분)의 아들로 등장하는 성유빈은 어린 나이 답지 않은 열연과 구수한 사투리, 때로는 박력 넘치는 남자다운 모습으로 '대호'의 귀염둥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어떻게 사투리를 그렇게 잘하냐 칭찬하니 "저 잘한거 맞아요?"라고 되물어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TV에서 나오는 사투리를 보고 연기했다는 그는 "제가 잘한건지 모르겠더라고요"라며 사투리 연기 당시를 회상했다.
"저 사투리 잘했나요? TV에서 나온 걸 따라했는데 감독님이 들으시고는 '나쁘지 않네, 괜찮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그런가' 생각하고 그냥 제가 준비한대로 했죠. 최민식 선생님도 사투리로 말씀하시니까 받아치면 똑같이 하고 사투리를 쓰니까 궁시렁 궁시렁 거리게 된 것 같아요. 그걸 좋게 봐주시는 것 같고요."
아직 연기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그가 최민식의 아들 역할을 하게 됐으니, 그 앞으로 '최민식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을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네요"라는 천진난만한 대답에 또 한 번 웃음, "무조건 선생님 옆에 붙어있으려고 했어요"라는 16살 배우의 열정에 또 한 번 미소가 번진 인터뷰였다.
"부담감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부분이네요. '대호' 시나리오가 들어와서 재밌다, 멋있다 생각해서 오디션에 참가하게 됐고 오디션 장에서 최민식 선생님을 보고 '진짜 멋있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현장에서는 항상 선생님 옆에 있으려고 했죠. 감독님이 부자 관계니까 어색함이 있어선 안된다고 하셔서 항상 옆에 있으려고 했어요. 선생님도 제게 장난도 쳐주시고 농담도 많이 해주셔서 좋았죠."
성유빈은 '완득이'에서 유아인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그가 아역을 맡아왔던 배우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다 내로라하는 '미남'들이다. 유아인을 시작으로 조인성, 신하균, 박해일까지. 잘생긴 배우들의 아역을 도맡아했다는 기자의 말에 "저는 잘생기진 않았는데. 정말 감사하죠"라는 대답을 내놨다. 그럼 어떤 얼굴이냐는 질문에는 "어떤 얼굴이라기보다는, 천의 얼굴이 되고 싶어요"라는 제법 배우다운 대답이 돌아와 모두를 놀라게 한 성유빈이다.
"저는 잘생기진 않았는데. 하하. 전 천의 얼굴이 되고 싶어요. 예를 들면 황정민 선배같은? 정말 다양한 역할을 하시는데 다 잘 어울리잖아요. 그런 '천의 얼굴'을 목표로 배우의 길을 가야죠. 전 친근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별로 부담스럽지 않은 배우 있잖아요. 멋있는 배우가 아니라 편한 배우요. 옆집 아저씨 정도는 아니더라도 친근한 배우가 제 목표예요." / trio88@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