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이라는 배우를 대중에게 가장 크게 인식 시켰던 사건은 2005년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 당시 벌어졌다. 황정민은 이 시상식에서 "솔직히 항상 사람들한테 그런다.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왜냐하면 60여명 정도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이렇게 멋진 밥상을 차려놓는다. 그럼 저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는 내가 다 받는다. 그게 죄송스럽다"는 솔직하면서도 겸손한 수상 소감으로 이를 지켜 본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이후 황정민이라는 배우는 진정성의 상징이 됐다. 그가 맡은 역할들도 그랬다. '너는 내 운명'의 시골 노총각은 물론이거니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엉뚱한 사내, '신세계'의 잔혹하지만 의리있는 대장 등. 그가 맡은 캐릭터들은 악하거나 선하거나 상관없이, 늘 미워할 수 없는 1%의 인간미가 있었다.
영화 '히말라야'에서도 황정민은 인간미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죽은 대원의 시신을 찾으러 가는 휴먼원정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그는 실존 인물인 엄홍길을 연기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잘 알려진 실존 인물의 카리스마에 가려질 수도 있는 배역.
하지만 황정민은 엄홍길이라는 인물을 자신의 식대로 새롭게 만들어냈다. '히말라야'에서 볼 수 있는 엄홍길은 실제 언론 등을 통해 노출되는 산악인 엄홍길의 캐릭터와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황정민은 엄홍길의 캐릭터를 통해 산악인의 용기와 열정, 고뇌 등을 그려내며 관객을 설득했다. 오롯이 배역에 빠져들어 진짜 감정을 보여주고자 하는 배우의 욕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누군가는 '신파'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대형 배급사에 대한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황정민의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이견없이 호평이 가득하다. 그의 호연은 강력한 실화와 다큐멘터리까지 있는 이 작품이 20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이유로 작용했다.
황정민은 지난 17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나는 좀 정직한 배우가 되고 싶은 생각을 늘 갖고 있다.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지지만, 그 인물이 정확하게 진심으로 소통이 가능할 때 그 때 희열과 쾌감을이루 말할 수 없다"며 "거짓말하지 않는 연기를 해야한다. 진심으로하는 게 연결고리가 있다. 나는 정말 진정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자신만의 연기 철학을 밝힌 바 있다. 그의 이 같은 마음가짐은 매 배역마다 고스란히 담겨 자꾸만 관객을 설득한다. /eujenej@osen.co.kr
[사진] '히말라야'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