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팬들은 가수를 닮아 재치가 넘쳤다. 1만 명이 넘는 이런 적군(?) 앞에서 가수 비 또한 센스쟁이였다. 김태희로 대동단결했던 그날의 상황은 이렇다.
24일 오후 9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싸이의 '올나잇 스탠드 2015 – 공연의 갓싸이'가 열렸다. 싸이는 26일까지 마련한 콘서트에 초호화 게스트를 섭외한 상황.
첫 날 공연의 게스트는 '월드스타' 비였다. 그는 싸이의 충격적인 여장 무대 이후 등장해 자신의 히트곡 '잇츠 레이닝'과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열창했다. 관객들은 뜨겁게 환호하며 비를 반겼다.
노래를 마친 후 관객들은 한목소리로 "김태희"를 연호했다. 비는 잠시 당황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저를 초청해 준 싸이 형님께 굉장히 감사하면서 할말이 많지만 욕은 참겠다"고 말했다.
바로 이 날이 연인들의 날 크리스마스이브였기 때문. 비는 "오늘이 무슨 날이죠?"라고 물었고 관객들은 김태희의 이름을 외치는 걸로 답을 대신했다. 관객들의 재치에 비는 또다시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결국 비는 모든 걸 내려놨다. "1년 동안 크리스마스만 기다리고 있었다. 제가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만나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라며 '쿨'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는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싸이 형이 아무 연락 없다가 중국에 있는데 갑자기 전화를 해서 '24일이다' 이러고 끊더라. 다시 전화해서 물으니 콘서트 게스트를 서라더라. 살을 내줬으니 꼭 몇 달 후에 뼈를 돌려 받겠다"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후 그는 '힙송'까지 멋지게 소화한 뒤 무대를 내려갔다. 굵고 짧지만 비가 휩쓸고 간 무대와 코멘트의 여운은 오래갔다. 특히 그가 몇 달 후 싸이를 소환할 일이 무엇일지 팬들은 무척 궁금해하고 있다. 싸이의 유쾌한 축가를 기대해도 될는지. /comet56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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