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남자배우와 남자배우의 케미스트리(조합)가 빛났다는 것. ‘검은 사제들’의 김윤석과 강동원, ‘내부자들’의 이병헌과 조승우 혹은 이병헌과 백윤식, ‘히말라야’의 황정민과 정우 등 남배우들의 찰떡 호흡이 영화의 재미요소 중 하나다.
이처럼 현재 국내 극장가에는 남남 케미가 중요한 흥행 요소가 되고 있을 만큼 여배우가 전면에 나서는 영화는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여배우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듣는 말이 있다. 여배우를 위한 시나리오가 없다고.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정현 역시 “우리나라 영화계가 남성 위주로 여자 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사실이다”고 토로한 바 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티켓파워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관객 동원력이 강한 배우로는 주로 남자배우들이 많다. 이 사람이 나오면 일단 믿고 본다는 배우도 남자배우들이 더 많이 꼽힌다. 그러다 보니 캐스팅 단계부터 관객들의 충성도가 높은 남자배우들 위주로 영화가 만들어진다. 안 보니까 안 만들고, 안 만드니까 또 못 보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렇다고 제작사를 마냥 욕할 수는 없다. 영화라는 개념 자체가 다 같이 보는 경험을 포함하는데서 시작됐기 때문. 철저히 대중매체인 영화에 왜 상업성을 따져야 하냐고 물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또 아니다. 여배우들은 남자배우와 함께한 멜로영화를 통해서 영화를 이끌거나 남자배우들을 서포트해 주는 역할을 주로 맡게 됐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지난 2012년 개봉한 ‘건축학개론’(누적관객수 411만 2,233명) 이후로 크게 성공한 멜로영화가 없다. 멜로영화의 제작을 재차 망설이게 되는 이유다.
배우의 숙명은 연기 변신인데, 국내 내로라하는 톱 여배우도 시나리오가 없다고 토로할 정도니 여배우의 연기 변신은 남자배우의 연기변신보다 몇 배는 더 힘든 것이 됐다. 애초에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으니 말이다.
2015년을 되돌아보는 이때, 영화의 전면에 서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이끌어낸 여배우는 ‘암살’의 전지현이 거의 유일했다. 천만 영화는 많아지고 한국 영화의 활약 역시 돋보였지만 남성배우 위주의 영화들만 주로 탄생했다는 점이 안타까움을 자아낼 따름이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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