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시끄러운 구설수에 올랐던 KBS 2TV 예능 ‘나를 돌아봐’가 하루아침에 선두로 급부상했다. SBS 예능 ‘정글의 법칙’을 꺾으며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대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한마디로 새 역사를 창조한 주역이다.
26일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집계를 살펴보면 가히 신화적인 기록이다. 전날(25일) 방송된 ‘나를 돌아봐’는 13.4%를, SBS ‘정글의 법칙-사모아’(이하 정글) 편은 12.6%의 전국 시청률을 각각 기록했다. ‘나를 돌아봐’가 0.8%포인트로 앞선 것이다. 지난 주 ‘정글’이 13.9%를, ‘나를 돌아봐’가 8%를 기록하며 큰 차이로 벌어졌었는데 한 주 만에 ‘나를 돌아봐’가 극적으로 반등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날 방송된 ‘나를 돌아봐’에서는 국민 MC 송해가 63년 만에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이 상세하게 그려졌다. 노년이 된 송해 부부의 결혼식은 기혼자들은 물론 미혼 시청자들도 결혼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더불어 조우종, 이경규, 박명수, 조영남, 김수미 등 후배들의 진심어린 모습이 비춰지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제야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진정성 있게 묻어난 것으로 보인다.
송해는 지난 9월, 하차한 최민수 이홍기의 자리에 조우종 아나운서와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됐다. 앞서 8월 최민수가 제작PD를 폭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을 자아낸 바 있다. 제작진은 당시 이들의 갈등이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서로 오해를 풀고 화해했으며 앞으로 더 좋은 방송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나를 돌아봐’는 논란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조영남과 김수미가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자간 이례적인 신경전을 벌였고, 하차 선언과 번복으로 이목을 끈 바 있다. 당시 출연자의 갈등이 대중에게 생중계되며 전대미문 예능으로 이름을 날렸던 것이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벌어진 사건을 놓고 프로그램의 폐지를 예상하며 설전을 벌였다.
김수미와 조영남의 갈등이 겨우 일단락되며 안정을 찾은 프로그램에 최민수와 제작진의 갈등이 또 다시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조영남, 김수미, 최민수 등 개성 강한 출연진을 한자리에 모으며 그 자체로도 막강한 홍보 효과를 누렸지만 결국 예기치 않은 논란으로 기울어져 가는 듯했다.
이처럼 시청률 하위권에 머물던 ‘나를 돌아봐’가 불변의 1위 ‘정글’을 이긴 것을 보면 놀라운 일이다. 제작진이 전 국민적 사랑을 받는 송해를 기용한 것이 성공하며 그간의 설움을 깨끗이 떨쳐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영남과 김수미 역시 자신의 실수로 프로그램을 미궁에 빠뜨리지 않으려고 꾸준히 노력한 데서 이 같은 결실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가 관건이다. ‘나를 돌아봐’가 반짝 승리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멘트나 꾸며진 상황 연출은 버리고, 철저하게 기획의도에 맞춰야한다. 다른 사람이 돼 내가 했던 행동을 똑같이 겪어보며 타인의 입장에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purplish@osen.co.kr
[사진]KBS 및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