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이동휘의 수다, ‘어남’의 눈빛보다 빛났다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5.12.26 13: 30

 어남택? 어남류? 이번 주 ‘응팔’의 주인공은 동룡(이동휘 분)이었다. 덕선이의 남편 후보도 아니요, 극 전개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더더욱 아니지만, 이날의 존재감만은 눈부셨다. 매회 여심을 자극하며 화제를 몰고 있는 ‘어남’들의 눈빛보다 더욱 반짝이며 빛난 것은 다름 아닌 동룡이의 수다였다.
동룡이가 왜 쉬지 않고 수다를 떠는지, 왜 엇나가고 사고를 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15회 방송에서 밝혀졌다. 워낙 ‘떡밥’을 많이 깔아 놨기에, 눈치 빠른 시청자들은 이미 예상했을 터. 이는 가족애의 결핍, 부모의 사랑에 대한 갈구였다. 그의 수다에 얽힌 사연이 본격적으로 그려지면서 뭉클한 감동이 피어올랐다.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이하 ‘응팔’)은 매회 가족애를 건드리는 감동코드로 안방극장을 울리고 있다. 매회 주체와 에피소드를 바꿔가며 모든 등장인물을 한 번씩 주인공으로 만든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한 점. 지난 25일 방송된 에피소드는 ‘사랑과 우정사이’라는 타이틀로 정환(류준열 분)과 택(박보검 분)이 덕선(혜리 분)에 대한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인 삼각관계가 그려졌다. 하지만 시청자의 마음을 울린 것은 다름 아닌 동룡이었다.

그의 수다가 뭉클할 줄이야. 동룡은 수다스럽고 장난기 많은 캐릭터. 공부 잘 하고 훤칠한 단짝들과 학생주임인 아버지에게 치이면서도 기죽지 않는 밝고 유쾌한 매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 이날 방송에서는 그 유쾌함이 짠했다.
사람을 좋아하고 밝은 탓에 그에게 드리워진 외로움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언제나 친구들 곁에서 웃고 떠들며 드라마의 감초 역할을 하는 인물이지만, 동룡이는 ‘외로움’이라는 인생의 쓴맛을 너무 빨리 알아버렸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 밑에서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상황. 이에 동룡이는 가출로 관심을 받으려고 하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등의 비행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엇나가고 있었다.
부모의 마음이 어찌 다를까. 동룡이의 부모님도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끔찍했다. 동룡이가 오토바이를 타가 적발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된 상황. 동룡이는 매찜질을 예상했지만, 어머니는 “어디 다친 곳 없느냐. 안 다쳤으면 됐다”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동룡이는 극중 처음으로 뜨겁게 울었다.
눈물을 흘릴만한 포인트가 바로 이어 등장했다. 아들이 신경 쓰였는지 어머니는 오랜만에 아침밥을 준비했다. 그러나 또 시간에 쫓겨 나가야했던 상황. 이에 동룡이는 “혼자 밥 먹기 싫은데..”라고 말했고, 어머니는 식탁에 앉는다. 여기부터가 관건이다. 동룡이는 쓸데없는 이야기들로 쉴 새 없이 수다를 떨고, 어머니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본다. 이후 “우리 아들이 이렇게 말이 많은지 몰랐네”라고 말한다. 동룡이의 유쾌한 수다가 뭉클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동휘의 소화 능력도 대단하다. 이미 앞서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감초 연기로 확실하게 대중에게 눈도장을 받은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알려가고 있다.
‘응팔’ 제작진의 능력도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된다. 이들이 잘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이 같은 장면들로 우리의 삶에 메시지는 던지는 일. 정으로 가득했던 쌍팔년도 골목길의 따뜻한 이야기를 지켜보는 것 자체만으로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날 맞벌이 부부와 홀로 남겨진 아이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joonamana@osen.co.kr
[사진]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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