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1988'이 모두가 주인공인 코믹 가족극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남편찾기'라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메인 줄기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일각에서는 극의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럴까.
#1. 연애극에서 가족극으로 시청자층 확대
지난 25일 방송된 '응팔' 15회에서는 외로운 동룡(이동휘 분)이가 방황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동룡이는 보험왕인 엄마와 학생주임 교사인 아빠가 맞벌이를 해 바쁘자 부모의 손길을 그리워하면서, 오토바이를 타는 친구 마이콜과 가까워졌다.
선우(고경표 분), 정환(고경표 분), 덕선(혜리 분)은 그런 그를 걱정하면서 한밤중에도 다친 그에게 달려가 상처를 치료해줬다. 또 결국 동룡이 사고가 나 경찰서에 가자, 그동안 동룡을 돌보지 못했던 엄마가 그에게 미안해하며 동룡이 좋아하는 미역국을 끓여주는 모습은 가족과 친구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했다.
#2. 쌍팔년도 쌍문동의 훈훈한 이웃 사랑
또 성균(김성균 분)이 한밤 중에 운동을 하다가 허리가 부러지자 택(박보검 분)이 나섰다. 평소 바둑 밖에 모르고 남에게 부탁하는 것을 싫어하는 택이가 자신의 팬이라는 병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응급실에 방치됐던 성균이 수술을 받게 힘을 쓴 것. 이는 덕선(혜리 분)을 좋아하게 되면서 점차 주위를 둘러보고 세상 밖에 나오는 택의 변화를 보여줌과 동시에 가족같이 끈끈한 이웃의 정을 느끼게 했다. 또 성균이 입원하자 쌍문동 다섯 가족들이 모두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며 모두 병원에 달려가는 모습도 훈훈함을 더했다.
'응팔'은 쌍팔년도 쌍문동을 배경으로 다섯 가족을 모두 주인공으로 설정해 가족과 이웃간의 사랑, 또 풋풋한 첫사랑 코드까지 녹여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응팔' 15화 ‘사랑과 우정 사이’ 편은 유료플랫폼 가구 평균 시청률 16.3%, 최고 시청률 18.3%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또 다시 뛰어넘었고,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닐슨코리아 / 유료플랫폼 가구 / 전국 기준) 뿐만 아니라 방송 8주 연속 남녀 10~50대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등 높은 인기를 끄는 중이다.
하지만 90년대 H.O.T 오빠들에 미쳐있던 여고생과 다섯 친구들의 이야기를 한 '응답하라1997'과, 농구대잔치, 서태지와 아이들 등의 사회적 이슈를 담아내며 30대인 시청자들의 복고를 생생하게 그려낸 '응답하라 1994'에 비해 극의 전체 흐름을 관통하는 남편찾기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천천히 진행되면서 풋풋한 첫사랑에 관전포인트를 둔 시청자들에게는 아쉽다는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
#3. 선한 캐릭터들의 착한 이야기 공감
덕선과 정환, 택은 팽팽한 삼각 관계를 형성하며 각자의 내면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다. 알고 보면 쌍방향이지만 여전히 각자 짝사랑 중인 덕선과 정환, 또 덕선이 없으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택의 마음이 치열하게 엇갈리며 시청자를 애타게 하는 것.
하지만 첫사랑이 늘 그렇듯 이들 앞에 어떤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 한 이들은 누가 먼저 움직여 마음을 꺼내놓기엔 힘들 것으로 보여, 이들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 다양한 추측만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이들이 변화 없이 제자리에 머무르는 사이에도 이들 가족과 부모의 사랑과 고민이 '응팔'을 주요하게 채우며 감동을 안기고 있어 전세대를 공감하게 하는 가족극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이처럼 어느 한 포인트에 극이 집중되지 않고, 선한 캐릭터들의 착한 이야기를 모두가 편안하게 볼 수 있게 그려내는 이 드라마는 그 자체로 묵직한 울림을 안기는 중. 1989년을 배경으로 흘러가는 이 극은 조금 덜 빠르게 흘러가던 당시의 분위기까지 이야기의 흐름에 담아내며 시청자를 빠져들게 한다. /jykwon@osen.co.kr
[사진]'응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