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인데 밉지가 않다. ‘내 딸 금사월’의 악의 축 손창민이 세상에서 가장 못된 남자의 표본을 보여주며 무르익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보통 악역이라고 하면, 뭘 해도 얄밉고 화가 날 텐데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왠지 모르게 매력적이다.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에서 손창민은 오민호(박상원 분)를 곤경에 빠뜨리고 보금건설의 회장이 됐고, 그의 여자인 신득예(전인화 분)를 아내로 삼는 비정한 야심가 강만후를 연기하고 있다.
그는 이제까지 보여주던 믿음직스럽고 차분한 이미지에서 탈피, 본능에 충실하고 욕심 많은 그룹 회장의 속내를 표현한다. 이로 인해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현재 아내 득예 역의 전인화와 대립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두 사람의 갈등이 극 전반을 이끌고 있다는 표현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맹활약 하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에서 강만후를 무너뜨리기 위해 협심하는 신득예와 그의 아버지 신지상(이정길 분), 주기황(안내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만후의 감시를 피해 요양병원에서 탈출한 지상은 췌장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고 좌절했다. 이에 여생을 사위 강만후에게 복수하며 살겠다고 눈물을 훔쳤다. 보금건설의 실질적 주주인 기황이 그를 무너뜨리는 일을 돕기로 했다. 이날 만후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지상의 등장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향후 그들에게 철저하게 당할 것임을 예상케 했다.
득예가 만후를 무너뜨리기 위해 계략을 꾸미고 다시 만후가 위기를 벗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반복된 가운데 손창민이 연기하는 강만후의 행보가 ‘내딸 금사월’을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손창민의 독특한 말투와 다양한 표정이 만후 캐릭터를 살리는 데 큰 몫을 한다. 웃음이 나는 대사처리, 느닷없이 터뜨리는 제스처 등으로 악역이지만 코믹연기의 새로운 맛을 보여주고 있다. 특유의 익살과 걸쭉한 연기로 극을 이끄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그의 과장된 듯한 표정연기는 오랜 배우 생활을 통해 닦아온 훈련의 결과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같은 패턴을 보이지 않을 만큼 창조력이 강했다. 앞으로 득예와 지상, 기황에게 당하는 만후의 모습이 그를 통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크다./ purplish@osen.co.kr
[사진] '내 딸 금사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