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주연이 안 부럽다. 아니 주연 이상으로 빛나는 조연이다. 여자 라미란과 남자 오달수다. 둘 다 배우 사회의 요정이자 보석으로 손 꼽히는 알토란 같은 연기파다. 극에 재미와 감동을 더하고 다른 출연진의 역할에 참기름과 깨를 부려 더 고소하게 만드는 이 두 사람, 분명 한국 영화와 드라마계가 얻은 21세기 최고의 배우들임에 분명하다.
# 라 미 란
먼저 라마란. 올 연말 TV와 스크린을 동시에 휘어잡고 있다. 쌍문동 최강 모성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매회 최고 시청률에 도전중이고 산 사나이 보다 더 의리 있는 영화 '히말라야' 속 그 여자는 지금 천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어느 쪽을 봐도 라미란의 존재감은 강력하고 매력은 양귀비 마냥 중독적이다.
'응팔' 라미란은 겉으로 차갑고 퉁명스럽지만 뒤에서는 모든 남자들에게 뜨거운 모성을 되새김질 시키는 '심쿵' 여인이다. '응팔'에서 뭇 남성들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이상형 캐릭터는 덕선이나 보라가 아니고 바로 라미란이라는 분석들이 쏟아질 정도다. 그 만큼 강력하게 시청자드를 빨아들인다. 이 시크한 쌍문동 ‘벼락 사모님’은 무심하고 차가워보이지만 한 순간 보는 이의 마음에 훅 들어가는 따뜻한 매력을 지녔다.
'히말라야'에서 라미란은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고자 목숨을 걸고 떠나는 휴먼 원정대의 홍일점 조명애 역을 맡았다. '응팔'만큼 배역 비중은 크지 않아도 라미란 빠진 '히말라야'는 팥소 빠진 붕어빵이다. 유일한 여성 산악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진 조명애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남성 못지 않은 뚝심과 담력으로 무장한 캐릭터로, 라미란은 이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촬영 전후 전문 산악인 못지않은 훈련에 매진했을 뿐만 아니라 촬영 현장에서도 실제 원정대와 동일한 환경을 유지하는 투혼을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출연 제의도 잇따르고 있다. '응팔' 종영 후 차기작은 비, 이민정 등과 함께 출연할 드라마 ‘안녕 내 소중한 사람’으로 확정됐다.
# 오 달 수
여자 라미란의 원조격은 남자 오달수다. 무색 무취한 이 배우는 어느 장면, 어떤 캐릭터로 등장해도 무슨 자리에건 딱 어울린다. 사실 배우로서 오달수의 용모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인상이 너무 뚜렷해서 평생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살아야 될 스타일이다. 한 번 보면 누구나 몽타주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강하니까.
오달수는 이런 외모적 한계를 연기력과 인간성으로 극복한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다. 착하거나 나쁘거나 웃기거나 슬프거나, 심지어 사랑에 빠질 때조차 극단으로 흐르지 않는다. 그래서 한 해 서너 편 씩의 다작을 하면서도 이미지 소진이 없다.
자칫 그냥 넘어가긴 쉬운 오달수의 대기록 하나! 지난 2012년 '도둑들'로 천만관객을 돌파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한 획을 추가했던 그는 그 해 '7번방의 선물'로 천만영화 한 편을 추가했고, 2013년 '변호인'으로 1137만 명을 끌어 모았다. 2015년 '해적' 900만 명으로 3년 연속 천만영화 출연에 실패하는가 했더니 '국제시장'으로 끝판왕이 됐다. 올해는? 올 여름 ‘암살’과 ‘베테랑’으로 지난 해 '국제시장' 천만에 이어 흥행보증수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제시장' 속 달구는 평범한 조연이 아니었다.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와 ‘덤 앤 더머’ 콤비 이상으로 영화 내내 붙어 다니는 인물이다. 새파랗게 젊은 20대부터 허리 꼬부라진 80살 노인까지, 황정민과 오달수는 이 두 배우가 아니면 도저히 기대할 수 없을 명연기를 펼쳤다. 예능으로 치면 MC 황정민이 던지고 게스트 오달수가 받아 치는 환상의 리액션이 '국제시장' 전편에 흘렀다. 영예와 러닝 개런티는 황정민의 몫이었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오달수 없이 그게 가능했느냐고.
흥행작 ‘조선명탐정’ 1, 2편도 그랬다. 명탐정 김민(김명민 분)과 그의 조수 서필(오달수 분)은 홈즈-왓슨 콤비 이상이다. 김명민에게 오달수가 없었다면? 김 빠진 콜라 아니었을까.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오달수를 찾은 김명민은 “헤어진 부인을 만나는 것 같았다”는 우스개 말로 오달수의 가치를 인정했다. ‘암살’에서 오달수와 조우한 하정우는 한 방송 프로 출연에서 "오달수는 한국영화를 위해 하늘이 내려준 요정 같다"고 했다.
연기파 톱스타 배우들도 인정하는 진짜 배우, 여자 라미란과 남자 오달수다./mcgwire@osen.co.kr
[엔터테인먼트 국장] <사진> '히말라야' '조선명탐정' 영화 스틸, '응팔' 캡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