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응팔' 혜리 마음 좀 물어봐줄래?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12.27 10: 30

 이 눈물 나는 우정을 어찌하면 좋으랴. '응답하라 1988' 두 절친 류준열과 박보검이 혜리를 좋아하는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리고는 친구를 배려하느라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채 주춤하고 있다. 그 사이 외로워지는 건 혜리다. 정작 중요한 것은 고백을 받아 줄 혜리의 마음인데, 너무 착한 두 소년은 아직 거기까지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는 덕선(혜리 분)을 좋아하는 정환(류준열 분)의 마음을 알아 챈 택(박보검 분)이 덕선에게 하려했던 고백을 미루는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택은 중국에서 열리는 중요한 바둑 대국 이후 덕선이와 영화를 보기로 계획했다. 그는 덕선에게 "다음주 토요일에 뭐 하느냐"며 "넌 공부해. 난 옆에서 알아서 놀게. 아무튼 토요일에 시간 비워 놔. 대국 끝나고 전화할게"라고 데이트 신청을 했고, 덕선은 즐겁게 이를 받아들였다. 

사실 택은 덕선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려고 했다. 선우(고경표 분)는 정환 앞에서 "택이 덕선이랑 영화 보고 고백한대"라고 이를 말해 정환을 심란하게 했다. 
앞서 정환은 덕선을 계속 좋아해왔고, 덕선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며 직진(?) 로맨스의 청신호를 켰다. 그러나 이는 잠시였다. 그는 덕선을 좋아하는 택의 마음을 알고부터는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자신만의 껍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사이 덕선은 자신을 좋아하는 듯한 정환에게 관심을 갖게 됐지만, 달라진 정환에게 실망하고는 서먹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덕선에게 무섭게 다가간 것이 택이였다. 덕선을 짝사랑해 온 택은 순수한 성격답게 거리낌없이(비록 덕선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마음을 드러냈다. 2등을 용납치않는 승부사인 그는 고백 앞에서도 망설임이 없었다. 그런 그의 돌진을 멈추게 만든 것이 정환의 눈빛이었다. 
택은 덕선을 바라보는 정환의 눈빛에서 좋아하는 마음을 읽었다. 정환이 집에 두고간 지갑에는 덕선과 둘이 찍은 사진이 들어 있었고, 택은 이를 보고 정환의 마음을 확신했다. 결국 그는 대국에서 승리한 밤 덕선에게 전화를 걸어 데이트 약속을 취소했다. 친구를 위해 좋아하는 친구에 대한 마음을 일단 접은 것. 눈물을 흘리는 택의 모습에서 이 선택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은 좀처럼 덕선의 마음을 알 기회는 없다는 점. 두 소년이 친구에게 양보에 양보를 하는 동안, 덕선은 쓸쓸해졌다. "나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요즘 되는 일이 없다"며 한숨을 쉴 뿐이다. 아직은 사랑보다 우정을 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서일까. 덕선의 마음이 어떤지 궁금해하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느냐 마느냐에 더 집중된 두 소년의 모습이 어설픈, 그래서 더 풋풋하고 애틋한 첫사랑을 제대로 그리고 있다.
어쩌면 88년도의 사랑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우정을 지키고 배려하기 위해 오랫동안 바라만 보는 사랑. 보는 시청자들은 답답하다고 하지만, 제작진이 의도한 것은 느리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고 애틋한 80년대식 사랑의 미덕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eujenej@osen.co.kr
[사진] '응답하라 1988'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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