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추격전은 언제나 옳다. 8년째 쫓고 쫓기는 그림을 안방극장에 보여주고 있지만, 매번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고 있다. 예상 못한 반전이 있어도, 반전을 기대했다가 반전이 없는 게 반전이 되는 순간이 펼쳐져도 재미가 있는 것. 어떻게 보면 결국엔 도망치거나 잡는 단순한 구성인데, 안방극장은 매번 ‘무한도전’의 추격전에 응답하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무도 공개 수배’ 특집으로 새로운 추격전을 펼쳤다. 2008년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를 시작으로 때때로 추격전을 방송했던 이 프로그램은 실제 경찰들과의 지략 대결을 벌였다. 부산 경찰 8명이 투입됐고, 부산을 배경으로 5명의 멤버들을 쫓는 박진감 넘치는 구성이었다.
추격전은 ‘무한도전’의 상징과 같은 구성이다. 아무리 매주 새로운 특집을 방송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틀이 있는 것이 사실. 비인기 스포츠 도전, 무식 대결, 가요제, 시청자 참여형 특집 등이 ‘무한도전’이 10년 동안 꾸준히 해왔던 구성이다. 여기에 추격전을 예능프로그램에 처음 도입한 이 프로그램은 멤버들간의 이합집산과 지략 대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큰 웃음의 ‘새 역사’를 써왔다. 이번 ‘무도 공개 수배’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지 않느냐는 일반적인 시청자들의 생각을 다시 한 번 뒤집는 반전의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 실제 경찰의 클래스 다른 추격전
부산 경찰들은 강했다. 일단 이들은 멤버들의 특성과 그동안의 추격전 형태를 분석해 멤버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했다. 정준하가 음식에 집착하는 것을 생각해 먹거리 주변을 탐색해서 잡아내고, 박명수를 잡았다가 놓친 후 다른 멤버들 역시 자동차를 찾으러 충무 시설에 올 것이라고 예측해 잠복했다.
형사들이기에 멤버들의 뒤만 쫓는 게 아니라 치밀한 분석으로 한 걸음 앞에 가서 잠복해 잡는 놀라운 지략을 보였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박명수가 영도에서 빠져나올 다리에 미리 대기하고 있거나, 돈을 찾기 위해 서점에 올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실제 추격의 달인인 이들이 함께 하는 만큼 멤버들 역시 더 조심성을 가지고 도망다닐 수밖에 없었다. 박명수와 하하를 붙잡고도 장난감 수갑 탓에 놓친 후 전의를 불태우는 형사들의 모습은 이들을 무조건 잡을 것이라는 예상이 들게 했다.
긴장감 넘치는 추격 뿐 아니라 형사들의 입담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티격태격하는 형사 2팀은 ‘무한도전’ 추격전의 스타 중에 스타가 됐다. 형사 2팀 뿐만 아니라 진한 사투리로 멤버들을 무조건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형사들은 든든할 뿐만 아니라 친근했다. 날카로운 눈빛과 달리 시민들에게는 친절하게 탐문 수사를 하고, 멤버들만 보면 다시 눈빛이 불타오르는 모습은 추격전의 영웅 탄생을 지켜보게 만드는 이유가 됐다.
# 광희가 이렇게 잘할 줄이야
광희 역시 추격전의 재탕을 피한 결정적인 요호가 됐다. 실제 경찰들을 투입해 박진감을 높였던 제작진의 노력과 새 멤버 광희의 활약이 이번 추격전의 큰 재미가 됐다. 광희는 무조건 달렸고, 무조건 숨었다. 여리여리한 몸매, 평소 지식 부족으로 놀림을 당했던 그이기에 추격전에 능통할 것이라고 예상을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직까지 그가 명석한 두뇌 회전으로 멤버들을 따돌리거나 형사들의 뒤통수를 치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예상 밖으로 그는 추격전에 최적화된 몸을 가지고 있었다.
일명 종잇장 몸매인 그는 열심히 달려서 비교적 젊은 형사의 추격을 피했다. 쉽사리 잡힐 것이라는 모두의 예측과 달리 광희는 ‘미친 듯이’ 달리다가 심지어 도랑까지 걷는 신공을 보여줬다. 형사의 다른 도주로를 차단했지만 광희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광희는 이후 에어컨 실외기 뒤에 숨어서 무려 1시간 동안 비를 맞았다. 쫄딱 맞은 비에도 꿋꿋하게 숨어있다가 창문으로 빠져나가는 광희의 크지 않은 몸은 추격전에서 여러모로 유리했다. 동시에 광희는 이번 추격전 맹활약으로 웃음 지분이 많지 않다는 일부의 성급한 지적을 날려버리는 데 성공했다.
# 진화하는 유재석, 사기꾼 노홍철 빈자리 채웠다
‘유느님’ 유재석은 진화했다. 유재석은 운과 실력으로 형사들의 추격을 따돌렸다. 형사들과 코앞에서 마주칠 뻔 했지만 운 좋게 피했고, 돈과 자동차 없이도 오직 두 다리로 열심히 뛰어 자동차와 휴대전화를 얻었다. 겁이 많아 중간 중간에 주저하긴 했지만 다년간의 추격전에서 노홍철이나 박명수에게 당했던 경험은 유재석을 추격전의 능력자로 재탄생시켰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 열심히 도망다니는 성실함, 그동안의 경험으로 축적된 추격전 승리 비법이 그에게 강력한 무기가 됐다. 덕분에 유재석이 형사들을 어지간히 괴롭힐 것이라는 예상이 들게 했다. 언제나 사기를 치며 새로운 판을 짰던 노홍철이 없는 가운데, 유재석은 사기꾼의 빈자리를 채웠다. 워낙 노홍철이 멤버들의 뒤통수를 치면서 만든 반전이 크기에 추격전에서 그의 빈자리는 클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제작진과 멤버들이 노력을 해도 완벽히 메울 수 없는 공백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유재석의 노력이 만든 활약은 노홍철의 하차 아쉬움을 덜했고, 그의 능력자로서의 변신을 지켜보는 새로운 재미를 안겼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