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불태운 ‘여심 방화범’ 유재석은 노홍철 없는 ‘무한도전’ 추격전의 ‘하드캐리(월등히 잘하는 참가자라는 뜻의 신조어)’였다. 그에게는 큰 돈도, 빨리 도망갈 수 있는 자동차도 필요 없었다. 유재석 그 자체가 무기인 셈이다.
유재석은 지난 2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추격전 특집인 ‘무도 공개 수배’에서 최후의 2인이 된다는 사실이 예고됐다. 무조건 뛰고 무조건 숨는 정공법을 택한 추격전 초보 광희와 함께 그가 최후의 2인이 돼서 진짜 경찰들과 숨막히는 추격전을 벌이는 것.
광희가 생애 첫 추격전인만큼 무조건 성실히 하는 것을 택했다면, 유재석은 성실성에 연륜이 더했다. 그는 정준하와 함께 연합해 1만 원가량의 소액으로 택시를 탄 후 자동차가 있는 충무 시설에 도착했다. 그 사이 정준하와 갈라졌고, 유재석은 두려움 속에 자동차를 획득한 후 이후 옛 해사고 터에서 휴대전화까지 얻었다.
단 한 번도 경찰과 마주치지 않은 유일한 멤버였다. 다소 운도 좋았지만, 자동차를 얻은 후 돈보다는 위치 추적이 되지 않는 휴대전화를 택하는 치밀한 전략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도망을 시작한 이후 휴대전화부터 끄고,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수단이 무엇인지부터 찾는 영민한 계략을 짰다. 다른 멤버들이 형사들에게 노출되기 쉬운 장소와 방법을 택한 것과 달리 다년간의 추격전 경험을 바탕으로 유재석은 요리조리 피해다녔다.
결국 무조건 달리고 숨는 광희와 함께 최후의 2인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영상까지 공개되며, 유재석이 다음 3탄에서 어떤 반전을 만들지 기대를 높인 것. 유재석은 사실 2008년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를 시작으로 추격전 특집 초반에는 언제나 당하는 캐릭터였다. 다른 멤버들이 밥을 먹으면서 유유자적 추격전을 벌일 때 언제나 쫄쫄 굶었고, 사기를 치는 데 능한 박명수와 노홍철에게 언제나 거짓말로 농락당했다. 그랬던 그가 달라진 것은 학습의 효과.
멤버들이 늘 속일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특유의 조심성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열심히 도망다녔고 늘 조심하며 멤버들을 믿지 않았다. 특유의 깐족거림으로 멤버들을 약올리거나, 멤버들의 술수를 예상해 뒤통수를 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26일 방송 역시 정준하와 티격태격하면서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고, 형사들의 예측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며 추격전의 신흥 강자 역할을 했다.
술수와 계략으로 추격의 새 역사를 써온 노홍철이 없는 가운데, 유재석이 다른 멤버들에 비해 월등한 도망자가 된 것. 여자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는다는 이유로 여심 방화범이라는 죄목이 붙은 유재석이 추격전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이게 된 셈이다. 유재석은 ‘무한도전’에서 중심축을 잡는 따뜻하면서도 더 열심히 하는 채찍질을 하는 시어머니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늘 열정적으로 임하는 까닭에 ‘무한도전’ 감동의 순간에 그가 있는데,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에서도 한 몫을 하며 ‘무한도전’ 속 예능인 유재석의 진화가 또 다시 이뤄지고 있다. 못 하는 게 없는 '유느님'의 추격전 접수가 시작됐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