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해 지켜주고 싶어지는 ‘허당’ 매력으로 모성본능을 자극하던 박보검이 변했다. ‘쌍문동 5인방’의 유일한 사회인다운 박력을 뽐내고 있는 중이다.
지난 26일 방송된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최택(박보검 분)은 덕선(혜리 분)에게 미뤄왔던 고백을 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선우(고경표 분) 말마따나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영화표 두 장을 예매했다.
이를 덕선에게 알리는 타이밍도 기가 막혔다. 택은 소화가 안 된다며 잠깐 자리를 비운 덕선을 따라 나섰고, 각종 소화제를 건넸다. 평소 택을 엄마처럼 보살피던 덕선은 갑자기 역전된 전세에 놀란 눈치다. 누가 누굴 좋아하는지는 눈을 보면 안다더니, 택의 눈은 내내 덕선을 쫓고 있던 것이다.
이윽고 택은 덕선에게 “아무튼, 너 토요일 시간 비워 놔.”라고 말한다. 웃음기가 어려 있던 택의 표정이 마치 대국 때처럼 단호해진 순간이었다. 그의 기세에 덕선도 머리를 끄덕였다. 오로지 덕선만을 향해 곧장 내달리던 택의 감정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대목이었다. 아무것도 재지도, 따지지도 않는 순수함은 넘치는 박력으로 이어졌다.
사실 택의 박력 넘치는 모습은 이전부터 감지됐다. 자신의 앞에서 조잘조잘 떠드는 덕선을 지그시 바라본다거나, 갑자기 손을 붙드는 택을 보며 이미 시청자들은 설레고 있었다. 바가지 머리를 한 열아홉 택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른 남자의 매력이 느껴졌다.
친구들 앞에서 ‘덕선을 친구 아닌 여자로 좋아한다’며 당당히 고백하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래 친구들이라면 괜한 자존심에 인정하지 않았을 그 연심(戀心)을 당당히 꺼내놓는 박력이 반가울 지경이었다.
덕선을 향한 일편단심만이 택의 매력일 리 없다. 대국을 앞둔 택의 무표정에서 ‘일하는 남자’의 향기를 느낀 이들이 적지 않을 터다. 번쩍거리는 플래시 세례에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대국장으로 들어서는 모습, 바둑을 두기 전에는 아빠뻘 어른도 쩔쩔 매게 만들 정도로 무섭도록 단호하고 냉정해지는 모습은 ‘허당’ 최택을 싸그리 잊게 만든다.
부탁하는 것도, 부탁 듣는 것도 끔찍하게 싫어하던 택의 변화도 ‘진짜 어른’에 성큼 다가선 택을 느끼게 했다. 갑자기 다친 정환 아빠(김성균 분)를 위해 병원장에게 “잘 봐 달라”는 부탁을 하고, 생전 인터뷰 한 번을 수락하지 않던 택이 취재진을 위해 술값을 내놓다니. 공부는 못 해도 남을 살피는 마음만은 일등인 덕선을 계속 바라보고 있던 덕일까. 그의 배려가 덕선의 배려와도 닮았다. 택은 그렇게 ‘기대 줬으면 하는 남자’에서 ‘기대고 싶은 남자’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 택이 덕선을 향한 친구 정환(류준열 분)의 마음을 눈치챘다. 그렇게 오래도록 준비했던 고백을 미루는 전화를 걸며, 덕선의 실망한 목소리를 수화기 너머로 들으며 택은 결국 눈물 한 방울을 흘리고 말았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택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열아홉의 순수함과 사회인의 박력을 고루 갖춘 택의 과감한 직진을 보고 싶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tvN ‘응답하라 1988’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