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 종합선물세트였나. 가수 거미가 연말 단독콘서트를 완벽하게 마쳤다. 탁월한 가창력에 듣는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소울', 한층 더 물오른 미모에 조곤조곤 웃음을 주는 입담, 애교와 의리까지, 홀로 무대에 선 그는 TV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홀렸다.
거미는 지난 27일 오후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단독콘서트 '필 더 보이스(Feel the Voice)'를 열고, 약 3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5천 여명의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펼쳤다. 준비한 곡은 앙코르 공연을 제외하고 공식적으로만 19곡. 홀로 무대에서 19곡을 소화한 그는 "내일이 없다는 듯이 준비했다"던 첫 인사에 걸맞게 끝없는 에너지로 추위 속 모인 관객들의 마음을 녹였다.
가창력은 '복면가왕'이나 '불후의 명곡'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모습, 그 이상이었다. 허스키하면서도 강렬한 목소리를 가진 그는 '기억상실', '내 생각날거야', '날 그만 잊어요', '아니', '사랑은 없다' 등의 히트곡을 불렀다. 또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나 '히트'의 OST, '눈꽃','통증' 등을 불러 촉촉한 감성으로 객석을 적셨다.
또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리메이크 곡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어떤 이의 꿈'이나 이승철의 '소녀시대', 리메이크 앨범에 수록된 신승훈의 '로미오&줄리엣', 주현미의 '추억으로 가는 당신', 박정현의 '몽중인',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 자이언티의 '양화대교'까지 다양한 곡들이 쏟아졌다.
듣는 이들을 압도하는 파워풀한 가창력은 기본이었다. 이날 거미는 그 외에도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며 가치를 입증했다. "잘 못한다"고 하면서도 듣고 있으면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점잖은 유머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요즘 남자 관객이 많이 늘고 있다. 참 뿌듯한 일이다"라거나, "나에게는 아주 좋은 수식어가 있다. 알앤비의 여왕, 발라드, 소울의 여왕, OST의 여왕, 다 여왕이다. 공주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특히 거미는 콘서트 말미 연인 조정석을 언급해 팬들의 환호와 부러움을 샀다. 그는 "피하는 얘기지만 한 번만 해드리겠다. 오늘 나의 그분이 예언을 하셨다"며 "한 가지는 공연이 아주 좋을 거라는 것, 또 한 가지는 내가 울 거라는 것. 내가 절대 안 울거라고 했는데 위태하다"고 남자친구와의 애정을 과시했다. 또 이내 눈물을 흘리며 "보기와 다르게 울보다. 이놈의 눈물샘은 마르지 않는다"고 콘서트를 하는 감격과 감사의 마음을 드러내 훈훈함을 줬다.
게스트로는 휘성과 에픽하이가 출연했는데, 이들은 목소리를 높여 거미의 매력과 의리를 찬양하기도 했다. 휘성은 거미에 대해 "여기 와서 보니까 많이 예쁘죠? 애교가 많은 친구다. 여성스럽고 애교가 많다. 노래 말고도 매력이 많은 친구다"라고 칭찬했다. 또 에픽하이는 "거미와 우리 셋은 가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거미의 가창력에 대해 "여러분을 우주로 보낼 거다. 인간이 저렇게까지 노래를 해야하나. 어떻게 저러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게 준비됐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처럼 거미의 매력은 너무나 다양했다.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생각지도 못했던 장점들을 쏟아냈다. 절친들이 누누이 입증해 온 그의 매력은 콘서트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
2003년 1집 'Like them'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거미는 '그대 돌아오면',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등 주옥같은 히트곡을 통해 한국 여자 알앤비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이후 약 12년간 그는 '기억상실', '미안해요' 등의 노래로 사랑 받았고, 최근에는 MBC '복면가왕', KBS 2TV '불후의 명곡' 등에 출연해 '양화대교', '추억으로 가는 당신' 등의 곡을 리메이크하며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한편 거미의 이번 공연은 여성보컬리스트로서 이례적인 대규모의 연말 공연을 개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는 내년 2월과 3월 경기도 성남을 시작으로 광주, 대구, 부산, 서울 앙코르까지 총 5개 도시에서 전국 투어를 펼칠 예정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