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랬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노래를 듣다가 자신도 모르게 울컥하고 만 순간들 말이다. 구슬픈 멜로디도, 가사도 없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솟을 때가 있다. 이런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음악에 감화되고 있음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K팝스타’가 다섯 개의 시즌을 거치는 동안 심사위원들의 눈물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박진영의 경우 심사를 보는 도중 자주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참가자들의 무대를 보면서 복받치는 감정을 표정, 소리, 몸짓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하다가 끝내는 울음을 터뜨리게 되는 것이다.
박진영은 지난 27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5’(이하 K팝스타)에서 두 번 눈시울을 적셨다. 그가 ‘한국의 베리 화이트’라 칭했을 정도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참가자 서경덕이 하림의 ‘난치병’을 들고 박진영의 앞에 섰을 때다.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 너무 컸던 탓일까. 몰입 보다는 기교에 치중한 서경덕의 모습에 박진영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갑작스런 지적에 당황하는 서경덕에게 박진영은 ‘난치병’의 가사를 떠올려볼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마치 난치병에 걸린 사람이 된 듯 가사를 온몸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박진영의 눈에는 이내 눈물이 맺혔다. ‘난치병’이라는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 안으로 순식간에 빠져들었던 때문이다.
박진영의 지도 덕인지 서경덕은 본 무대를 능숙히 소화해냈다. 마지막 소절을 부른 후에는 눈가가 촉촉해진 모습까지 포착됐다. 노래가 주는 감동이 눈물이라는 매체를 통해 가시화된 순간이었다.
그의 두 번째 눈물은 팀 미션 쇼케이스에 참가한 정분났정(이수정 정진우)의 무대가 끝난 뒤 터졌다. 로맨틱한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연출 덕에 보는 이들의 감정까지 함께 고조됐다. 이수정과 정진우의 손 끝이 닿을 듯 말 듯 스치며 그들의 목소리가 멎자 유희열은 얼굴을 감싸 쥐었고 박진영은 고개를 떨궜다. 다른 심사위원에 비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양현석까지 정진우를 향해 열렬한 러브콜을 보낼 정도였다.
혹자는 박진영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의 눈물을 볼 때마다 “오버다”라며 눈을 흘기곤 한다. “너무 자주 울어 진정성이 떨어져 보인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음악이 마음을 흔드는 찰나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눈물이다. 또 ‘K팝스타’ 시청자들과의 공감대 형성은 물론 이들의 안방까지 전달되지 못한 현장의 감정들을 훌륭히 운반하는 것이 눈물이기도 하다. 가끔은 아무리 울려고 해도 울어지지 않는 세상에 음악이 눈물을 선사하는 광경, 아름답지 않은가.
참가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나 탈락의 아픔보다는 온전히 음악이 주는 감동에 울컥하는 장면들이 ‘K팝스타’에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K팝스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