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런닝맨’ 유재석, 유쾌하게 살려낸 옛날 감성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5.12.28 10: 19

 올초부터 본격적으로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 발단에 MBC ‘무한도전’의 특집 코너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있었음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다. 촌스럽지만 어딘가 진득한 데가 있던 그때의 감성이 대중에 불러일으킨 향수는 의외로 어마어마했다. 이 덕에 가요계에 재청취, 영화계에 재개봉의 바람이 불고 있다면 예능계에도 재시청의 기운이 포착되고 있다.
이를 가장 잘 살려낼 수 있는 진행자는 아무래도 유재석일 것이다. 그가 무명 시절의 긴 터널을 지나 본격적으로 MC 활동을 시작한 것이 딱 이 시기이기 때문이다. 유재석은 MBC ‘목표달성 토요일’의 ‘동거동락’이나 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등을 통해 예능계에 안착했다.
그 가운데서도 유재석이 ‘대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은 ‘엑스맨’이었다. 강호동과 김제동 사이에서 수많은 출연진을 통솔해 방송을 이끄는 과정을 통해 그의 진가가 드러났다.

그런 유재석이 지난 27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에서 십 여년 만에 ‘엑스맨’을 다시 만났다. 당시 활약했던 이종수, 이지현, 채연, 앤디 등이 출연했다. ‘런닝맨’ 멤버이자 ‘엑스맨’에서 숱한 스캔들을 뿌렸던 김종국은 원래 팀장 강호동의 자리였던 유재석의 옆으로 승격(?)됐다. 마치 동창회에 온 듯한 반가움이 느껴졌다.
세월은 흘렀어도 ‘엑스맨’을 다루는 유재석의 감각은 여전했다. 요즘에야 ‘오글거림’으로 치부돼 버릴 ‘옛날 감성’을 유쾌하게 다시 살려냈다. 오래 묵어 빛이 바랠 뻔했던 예능 캐릭터를 일일이 호명해 지금, 여기에 소환해내는 광경은 시청자들이 ‘엑스맨’을 통해 가장 보고 싶어하던 부분일 터다. 천방지축 김정남을 진정시키며 캐릭터를 부여한 것도, 호들갑을 통해 이종수의 ‘이글아이’ 콘셉트를 빛나게 한 것도 유재석이다. 그는 자칫 분위기를 진지하게 만들 수 있는 김종국의 감미로운 노래에도 “왜 10년 전에는 이렇게 안 했냐”는 너스레로 웃음을 부여했다.
또 유재석의 리액션은 눈에 빤히 보이는 ‘예능용 러브라인’에도 남다른 몰입을 가능하게 했다. 십 년 전 김종국과 윤은혜가 보여 줬던 러브라인은 전통처럼 ‘런닝맨’의 개리와 송지효, 월요커플에게 고스란히 이어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유재석은 매회 출연진이 달라지더라도 기민하게 러브라인을 읽어내며 이를 시청자에게 가장 잘 보여줄 방법을 찾아 왔다.
분명 비슷한 패턴의 진행인데 프로그램마다 다른 인상이 든다. 어느 방송이든 항상 출연진을 향해 있는 유재석의 눈은 예능이 줄 수 있는 웃음의 최대치를 끌어 낸다. 그 덕에 조금은 낡은 ‘옛날 감성’조차 유쾌해졌다. 이번 ‘런닝맨’과 ‘엑스맨’의 콜라보레이션은 그의 진행능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해 줄 수 있는 예시가 됐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SBS ‘런닝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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