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상식 시즌이 돌아왔다. 한 해를 빛낸 가수와 배우, 방송인들이 각 장르별로 모여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행사가 그득 마련돼 있다. 수년간 시상 남발이나 후보 불참 등의 오명을 썼던 각종 시상식이지만 올해는 달랐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예대상’은 연말 시상식의 모범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적어도 대상 후보들이 전부 참석해 다른 참석자들의 사기를 북돋고 함께 즐기는 점이 ‘축제’의 본질과 가장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신동엽, 강호동, 이경규, 차태현, 유재석, 이휘재 등 ‘2015 KBS 연예대상’(이하 연예대상) 대상 후보 6명은 지난 26일 오후 여의도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시상식장에 전부 모습을 드러냈다. 상기했듯 이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들은 수상 여부와 관계 없이 자리를 지켰는데, 이로써 시상식은 단순히 상을 주고 받는 행사가 아닌 ‘축제’로 거듭나게 된다. 더불어 시상식의 권위도 높아진다.
입담 하면 지지 않는 방송인들이 한데 모여서 인지 순간순간 폭소가 만발했다. 특히 매년 ‘연예대상’의 감초 역할을 해 온 이경규의 발언들이 웃음을 자아냈다. “올해 사주에 상복이 없다” “그 나물에 그 밥” “이 나이에 병풍을 해야 겠나”는 등의 투정 섞인 너스레는 단연 ‘연예대상’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런 그가 후배들이 대상을 탈 때면 가장 먼저 일어나 박수를 치는 성숙함까지 보여줬다.
시상식에 총출동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네 가족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막내 대박이부터 맏이 사랑이까지, 순간 카메라에 포착되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재롱도 이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가족적으로 만들었다.
정준영의 불참도 웃음 포인트로 승화됐다. ‘1박2일’ 멤버들은 사정상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정준영 대신 등신대와 함께 등장하는 등 예능인 특유의 기지를 빛냈다. ‘1박2일’로 최고엔터테이너상을 수상한 김주혁은 멤버들을 놀래켜 주기 위해 식장 한켠에 숨어 있다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헐레벌떡 무대로 올라와 큰 웃음을 선사했다.
‘연예대상’의 하이라이트인 대상 시상의 순간은 단연 최고의 1분이었다. 생애 첫 대상을 거머쥔 이휘재의 이름이 불리자 유재석은 마치 응원하는 스포츠팀이 승리한 것처럼 주먹을 허공에 치켜들며 기뻐했다. 다른 대상 후보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대상 수상자에게 박수 갈채를 보냈다. 유재석은 이휘재의 볼을 두드리거나 머리를 끌어안으며 연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휘재의 수상 소감을 들으면서는 눈시울이 촉촉해지기도 했다.
올해 ‘연예대상’은 무관의 유재석이 오랜 동료의 수상에 눈물을 글썽인 명장면을 배출한 감동과 화합의 자리였다. 대상 후보들이 이리도 끈끈하니 다른 부문의 후보들, 후보에 오르지 못한 이들도 그 돈독함을 배울 수밖에 없다. 누가 상을 받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만이 중요한 ‘연예대상’이었다. 이어지는 연말 시상식에서도 이 같이 훈훈한 광경들을 볼 수 있길 바란다. /bestsurplu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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