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가 그간의 다소 답답했던 전개를 깨부수고 역대급 전투신을 완성,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짜릿함을 선사했다.
지난 28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25회에서는 조민수(최종환 분)와 이성계(천호진 분)의 핏빛 도화전 전투가 펼쳐졌다. 조민수는 정전제를 실시하려 하는 이성계와 정도전(김명민 분)을 속이기 위해 군사를 모으는 척 했는데, 사실 그는 진짜 이성계를 죽이겠다는 검은 속내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조민수는 이성계 일가를 도화전 연회에 초대했다. 이 자리에는 이성계의 아들인 이방우(이승효 분)를 비롯해 이지란(박해수 분), 무휼(윤균상 분), 이방지(변요한 분), 조영규(민성욱 분) 등이 함께했다. 힘과 무술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 모두 모였기 때문에, 그리고 역사가 스포인지라 이성계가 위기를 모면하고 조민수의 무릎을 꿇게 하리란 건 어느 정도 짐작이 됐었다.
또한 최근 '육룡이 나르샤'가 초반의 기세와는 달리 조금 지루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었던 것으로 미뤄 볼 때 이번 도화전 전투 역시 이방지와 무휼을 앞세워 예상 범위 내의 장면을 그려낼 것이라 여겨졌다.
그런데 달라도 한참 달랐다. 이방원(유아인 분)이 정도전(김명민 분)에게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듣고 달려갔을 때는 이미 이방지와 무휼이 갑옷을 입고 있던 대근(허준석 분)을 통해 함정에 빠졌음을 알게 된 이후였다. 그렇게 시작된 도화전 전쟁은 예상보다 더 급박하고 긴장감 넘치게 전개됐다.
이성계를 지키기 위해 맨 몸으로 앞에 나선 이지란이 피를 쏟으며 무참히 쓰러지고, 이방지 역시 화살에 맞고 칼에 난도질 당하는 등 수세에 몰렸다. 그럼에도 이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이방지와 조영규가 손을 잡고 "살아서 돌아갑시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기대 이상의 짜릿함과 뭉클함을 선사했고, 무휼이 이방지가 던진 칼을 잡아채는 모습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어냈다.
또 어느 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소름돋는 무술 실력을 겸비한 무휼이 "무사 무휼!"이라고 포효한 뒤 양손으로 칼을 휘두르며 적들을 베어나갈 때는 곧 등장하게 될 그의 엔딩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압도적인 전투신은 결국 이방과(서동원 분)와 남원(진선규 분)이 군사를 이끌고 당도한 이후 이성계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1시간이 마치 10분인 듯, 놀라운 흡인력을 보여준 '육룡이 나르샤'는 숨 막히는 명승부 후에도 끝까지 극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이방지와 연희(정유미 분)가 대근에게 피의 복수를 하고 난 뒤 가슴 절절한 눈물의 포옹을 나누며 그간 길게 이어져 오던 악연의 고리를 끊어냈기 때문. 이는 안방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영화보다 더 짜릿한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이 기세를 몰아 더욱 힘찬 날개짓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한편,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팩션 사극이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