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정유진 이소담기자]2015년 극장가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은 모두 황.정.민.이다. 지난 해 개봉한 '국제시장'이 본격적으로 롱런 가도를 달린 게 올 1월이고 뜨거웠던 여름대전에서 '베테랑' 천만으로 우승하더니 연말 '히말라야'로 3주연속 박스오피스 선두를 달리며 3연속 천만영화 주연을 노리는 중이다.
그뿐일까. 그가 연출 및 주연을 맡고 아내 김미혜씨(샘컴퍼니 대표)가 제작한 뮤지컬 오케피는 연말연시 시즌을 맞이해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 명의 황정민은 스크린에서 눈물 펑펑 쏟는 감동을 주고, 또 다른 황정민은 무대 위에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는 중이다.어느 쪽을 둘러봐도 타고난 배우 황정민의 굵직한 연기선과 카리스마가 두드러진다. '히말라야'로 울리고 '오케피'로 울리는 황정민의 이중세계를 살펴봤다.
# '오케피' 연출 및 주연 황.정.민! 관객의 배꼽을 훔치다
쉴 틈 없이 일을 해 ‘황소’라 불린다는 황정민. 그가 5년이라는 세월 동안 피땀 흘려 준비한 뮤지컬 ‘오케피’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호평이 쏟아지는 중이다. 무대에 대한 열정 하나로 연출과 배우를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는 황정민이 뮤지컬에서도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개봉중인 흥행 대작 '히말라야' 말고도 '검사외전', '아수라' 등 내년도 기대작 영화들을 여러 편 찍거나 찍고 있는 그가 시간을 쪼개고, 쪼개 완성한 뮤지컬은 과연 어떤 작품일까? '오케피'는 뮤지컬의 무대 아래 공간인 오케스트라 피트의 줄임말. 이 뮤지컬은 '오케피'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2시간 50분짜리 뮤지컬로 극화한 작품으로 일본의 스타작가 미타니코키가 처음 집필한 뮤지컬이다.
이 뮤지컬에서 황정민의 역할은 지대하다. 그는 극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총지휘자 컨덕터 역을 맡았을 뿐 아니라, 실제 극의 연출을 담당했다. 또 이 뮤지컬의 제작은 황정민의 아내 샘컴퍼니 김미혜 대표가 맡았는데, 부부는 5년 동안 '오케피'의 한국 초연을 위해 준비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연습실 공개 현장에서 황정민은 배우들을 가리켜 영화 ‘오션스 일레븐’급 캐스팅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톡톡 튀는 배우들의 캐릭터는 이를 입증한 셈이 됐다.
무대구성도 주제 의식을 잘 보여줬다. 오케피를 다루는 작품인 만큼 실제 오케피 공간을 무대 위로 올렸고 조명도 쏘아 올렸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그들이 박수를 받으며 포문을 열고 공연을 끝마칠 수 있게 한 구성이 돋보였다. 주제의식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주는 장치였다.
또한 이밖에 재밌는 점은 작품이 작품 안에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과 묘하게 접목시키면서 몰입을 높였다는 점이다. 황정민은 극중 오케피를 이끄는 지휘자로 관객들을 향해 등장인물에 대해 설명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실제로 뮤지컬 1부가 끝나고 갖는 인터미션에 대해 “사실 관객들을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건 우리가 쉬기 위함이다”고 설명하더니 실제 뮤지컬 관객들에게 인터미션을 직접 공지해 리얼함이 살았다.
영화에 이어 이번 ‘오케피’에서도 황정민은 휴머니즘을 노래한다. 우리네 정서와 맞닿아있는 곳에 끊임없이 화두를 던지는 그의 따뜻한 시선이 있기에 ‘국민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것이다.
# '히말라야' 주연 황.정.민! 관객의 눈물샘을 마구 자극하다
무엇보다 극 중 엄홍길 대장 역을 맡은 황정민은 특유의 '사람 냄새' 나는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으며 '히말라야' 흥행에 제 몫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황정민이니까 믿고 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닐 정도.
황정민이라는 배우를 대중에게 가장 크게 인식 시켰던 사건은 2005년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 당시 벌어졌다. 황정민은 이 시상식에서 "솔직히 항상 사람들한테 그런다.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왜냐하면 60여명 정도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이렇게 멋진 밥상을 차려놓는다. 그럼 저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는 내가 다 받는다. 그게 죄송스럽다"는 솔직하면서도 겸손한 수상 소감으로 이를 지켜 본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이후 황정민이라는 배우는 진정성의 상징이 됐다. 그가 맡은 역할들도 그랬다. '너는 내 운명'의 시골 노총각은 물론이거니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엉뚱한 사내, '신세계'의 잔혹하지만 의리있는 대장 등. 그가 맡은 캐릭터들은 악하거나 선하거나 상관없이, 늘 미워할 수 없는 1%의 인간미가 있었다.
영화 '히말라야'에서도 황정민은 인간미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죽은 대원의 시신을 찾으러 가는 휴먼원정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그는 실존 인물인 엄홍길을 연기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잘 알려진 실존 인물의 카리스마에 가려질 수도 있는 배역.
하지만 황정민은 엄홍길이라는 인물을 자신의 식대로 새롭게 만들어냈다. '히말라야'에서 볼 수 있는 엄홍길은 실제 언론 등을 통해 노출되는 산악인 엄홍길의 캐릭터와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황정민은 엄홍길의 캐릭터를 통해 산악인의 용기와 열정, 고뇌 등을 그려내며 관객을 설득했다. 오롯이 배역에 빠져들어 진짜 감정을 보여주고자 하는 배우의 욕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누군가는 '신파'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대형 배급사에 대한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황정민의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이견없이 호평이 가득하다. 그의 호연은 강력한 실화와 다큐멘터리까지 있는 이 작품이 20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이유로 작용했다.
황정민은 지난 17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나는 좀 정직한 배우가 되고 싶은 생각을 늘 갖고 있다.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지지만, 그 인물이 정확하게 진심으로 소통이 가능할 때 그 때 희열과 쾌감을이루 말할 수 없다"며 "거짓말하지 않는 연기를 해야한다. 진심으로하는 게 연결고리가 있다. 나는 정말 진정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자신만의 연기 철학을 밝힌 바 있다. 그의 이 같은 마음가짐은 매 배역마다 고스란히 담겨 자꾸만 관객을 설득한다. /eujenej@osen.co.kr
<사진> '히말라야' '국제시장' '베테랑' 스틸 및 '오케피'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