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소지섭은 ‘소간지’였다. 아픈 순간마저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그의 모습에 여심 역시 두 손 두 발을 들고 항복을 선언했다. 도저히 좋아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이 남자의 매력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난 28일 방송된 KBS 2TV ‘오 마이 비너스’ 13회에서는 준성(성훈 분) 대신 사고를 당하고 주은(신민아 분)에게 이별을 고하는 영호(소지섭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그는 다시 걷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연인에게 모질게 대할 수밖에 없는 그의 모습은 안타까우면서도 남자다웠다.
이날 영호는 자신의 차를 타고 나간 준성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곧바로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대신 교통사고를 당한 영호는 의사로부터 “다시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꼼짝없이 병실에 누워있게 됐다.
엉망진창이 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영호는 병실을 찾아온 주은에게 문자로 자신을 놔달라는 의미의 ‘탭탭’을 보냈지만, 주은은 “꼭 돌아와야 돼. 언제까지 기다릴 거니까.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 못해서 미안해”라며 기다리겠다는 뜻을 전했다. 애초에 그와의 이별을 원하지 않았던 영호는 이 말을 듣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주은은 가끔씩 말도 안 되는 타이밍에 터지는 눈물을 훔치면서도 영호의 당부대로 씩씩하게 변호사 일을 하고, 잊지 않고 운동을 하고, 잊지 않고 거북목 예방을 하고, 잊지 않고 웰빙 도시락을 먹으며 당차게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여전히,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는 말처럼 영호는 여전히 그의 곁에 돌아오지 않았던 상태.
주은은 버릇처럼 영호의 환영을 봤고,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지친 주은의 마음을 알아차린 건지 이번엔 환영이 아닌 진짜 영호가 나타났다. 그는 여전히 완벽한 모습이었고, “오랜만이네 강주은”이라는 짧은 말로 그간의 감회를 표현했다. 또한 사랑스러운 핑크빛 목도리를 둘러준 후 강렬하게 포옹하며 재회를 맞이했다.
이처럼 소지섭은 김영호라는 캐릭터가 가진 시크하면서도 다정한 면모와 장난스러운 미소 뒤에 숨겨진 아픈 상처를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멜로하면 소지섭’이라는 비공식적인 공식을 입증하며 약 2년 만의 안방복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는 중이다.
‘오마비’가 종영까지 3회만을 남겨둔 상황에서는 또 어떤 멋짐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완성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오마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