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변요한이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또 만들어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액션 연기부터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성 연기까지, 매회 레전드를 경신하는 변요한에겐 그 어떤 찬사도 아깝지가 않다.
지난 28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25회에서 이방지(변요한 분)와 연희(정유미 분)는 지독하게 이어져 오던 과거 족쇄를 끊어냈다.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지던 도화전 전투에 이어 연희를 위해 칼을 빼들고 복수를 감행한 이방지는 가슴 아픈 눈빛과 눈물로 안방에 큰 울림을 선사했다.
이날 이방지는 조민수(최종환 분)이 초대한 도화전 연회에서 어릴 적 자신과 연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원수 대근(허준석 분)을 만나게 됐다. 앞서 홍인방(전노민 분)의 가노였던 대근은 연희가 살던 마을 땅을 무력으로 착취하던 중, 어린 연희를 겁탈했다. 어린 이방지(땅새)는 이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복수를 하려다가 실패를 하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성공하지 못한 그는 결국 장삼봉(서현철 분)에게 무술을 익히며 복수할 그 날만을 꿈꿨다.
그리고 이방지는 조민수가 준비한 '피의 연회'에서 숨 쉴 수 없는 액션을 완성, 시선을 압도했다. 깊이가 느껴지는 눈빛과 낮게 깔린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연기력이 강점인 변요한은 극을 아우르는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뽐내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특별한 대사 없이 눈빛으로 말을 하고, 눈빛으로 분노하는 변요한이 있기에 극적 긴장감이 더욱 배가될 수 있었다는 평이다.
'삼한제일검'다운 놀라운 검술과 무술 실력은 이방지라는 캐릭터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 변요한은 이런 이방지를 완벽히 소화하며 무휼(윤균상 분), 조영규(민성욱 분) 등과 함께 역대급 전투신을 완성해냈다. 장성한 적들이 돌진해오는 급박한 상황에서 바닥을 구르는 것은 기본, 횃불과 검을 들고 압도적인 액션을 보여줬다. 이 보다 더 놀라운 건 무술 실력을 뽐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장면에서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위태로운 이방지의 몸 상태를 현실감 있게 연기해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피칠갑을 한 채 조영규(민성욱 분)에게 "살아서 돌아가자"며 웃어보이는 처연한 얼굴에 시청자들이 열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그는 대근을 죽인 뒤 충격에 주저앉아 버린 연희 앞에 무릎을 꿇고는 "괜찮아, 끝났어"라는 한 마디를 토해내듯 말하고는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연희를 먼저 챙기고 감싸안으며 "미안해"라고 말하는 그의 애달픈 순정에 많은 시청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감정을 폭발시키기 보다는 안으로 누르고 또 누르고는 숨 죽여 가슴 시린 눈물을 흘리는 변요한의 모습은 그의 연기 내공이 얼마나 깊고 탄탄한지를 새삼 느낄 수 있게 했다.
'육룡이 나르샤' 이전 변요한의 인생 캐릭터는 tvN 드라마 '미생'의 한석율이었다. 당시 변요한은 첫 드라마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이미지와는 달리 진중한 속내를 지닌 한석율을 매력적으로 연기해내 안방극장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변요한하면 '미생'의 한석율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 이 때문에 변요한이 한석율의 이미지에 갇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생길 뻔 했다.
하지만 변요한은 가슴 속 아픔을 지닌 무사 이방지를 통해 또 한번 인생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화려한 액션은 기본, 동생 분이(신세경 분)을 향한 애틋함, 첫사랑 연희와의 가슴 아픈 멜로, 썩어 바진 고려에 대한 분노 어린 포효와 애달픈 노래까지, 변요한은 매회 레전드 연기를 경신하며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키고 있다. 보면 볼수록 놀라운 변요한의 연기 성장을 지켜보는 안방 시청자들의 즐거움 역시 커져가고 있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제공, '육룡이 나르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