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우민호 감독)이 내부자들을 살렸다. 현재 이 영화는 개봉 7주차인 29일 7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중 공식적으로 가장 높은 관객수를 동원한 작품은 영화 '아저씨'(이정범 감독)다. '아저씨'는 628만 2,774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내부자들'은 이를 개봉 30일째인 지난 18일 넘어섰다. 비공식적으로는 영화 '친구'가 8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고 알려졌지만, 영진위 통합전산망 수치로 비교 가능한 작품은 일단 '아저씨'가 마지막이다.
'내부자들'이 이처럼 기록적인 관객수를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원작과 이를 재해석한 감독의 연출력, '믿고 보는'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 등이 고루 어우러져 시너지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성공은 단연, 배우 및 감독과 스태프 등 영화를 만든 '내부자들'의 공이 컸다. 재밌는 사실은 이 내부자들 역시 영화를 통해 화려한 재도약을 할 수 있었다는 점. '내부자들'이 내부자들을 살린 셈이다.
우선 '내부자들'은 동영상 협박 사건의 여파로 한동안 힘든 시기를 겪은 이병헌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줬다. 한류 스타이자 할리우드에서도 인기가 있는 이병헌이지만, 국내에서는 떠들썩했던 사건으로 잠시 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내부자들'에서 전라도 출신 정치 깡패 안상구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배우는 연기로 말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대중에 확인시켰다. 영화 속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안상구는 그간 이병헌이 만들어 왔던 배역과는 달랐고, '멋짐'을 내려놓은 이 선택이 성공적인 부활에 큰 역할을 했다.
이병헌 뿐만이 아니다. '내부자들'은 한동안 영화를 찍지 않고 공연에만 매진해 온 조승우를 다시 스크린으로 불러온 작품이기도 하다. 조승우가 기록적인 흥행을 거둔 작품은 2006년 영화 '타짜'로, 이후의 작품들은 그보다 흥행면에서는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다. 때문에 팬들 입장에서는 돌아온 조승우의 존재만으로도 고마운 일일 수 있겠으나, 조승우의 입장에서도 역시 '내부자들'의 출연은 "9년 만의 흥행"이라며 좋아할 수 있는, 보람찬 선택이 됐다.
'내부자들'을 선택한 것에 안도할 내부자가 또 한 명 있다. 연출자 우민호 감독이다. '내부자들'은 우민호 감독의 세 번째 장편상업영화다. 그의 전작은 '파괴된 사나이'와 '간첩'인데 두 작품 모두 흥행 면에서는 좋은 결과를 보지 못했었다. 그러나 '내부자들'이 잭팟을 터뜨리며 그는 자신의 진가를 입증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우민호 감독은 29일 OSEN과의 인터뷰에서 ''내부자들'에 대해 "다음 영화를 또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보통 감독들은 세 번의 기회를 갖는다고 하는데, 세 번까지 안 가는 감독도 많다. 세 번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최대치이지 않을까 싶다"며 "나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했다. 여기서 안되면 덮어야지 싶었다. ('내부자들'이 안 됐다면) 그 다음에 누가 나에게 또 영화를 주겠느냐. 너무나 다행스럽게 돼서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잘 만난 작품 하나는 많은 이들의 운명을 바꾼다. '새옹지마'라는 말은 이렇게 영화계에서도 재연되고 입증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내부자들'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