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 남발…대상도 공동수상하지 그랬어요? [MBC연예대상④]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12.30 07: 22

 MBC가 자사의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올 한 해 예능 발전에 기여한 방송인들에게 주는 트로피와 꽃다발이 남발돼 수상가치가 평가 절하됐다.
남녀 신인상부터 최우수상까지 대부분의 수상 부문에서 2인 이상이 공동수상하면서 이날 시상식에 온 사람 모두가 상을 받아가는 꼴이 됐다. 이는 연말 시상식이 자기들만의 잔치로 전락하면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2015 MBC 연예대상’에서 무더기 시상이 진행됐다. 물론 방송인들이 한 해 동안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더위와 추위도 무릅쓰고 고생한 것은 이해하지만 수상 기준의 타당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된다.

버라이어티부문 신인상 및 인기상, 라디오 부문 우수상, 올해의 작가상, 뮤직·토크쇼 부문 우수상, 버라이어티 부문 우수상, 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까지 각각 남녀 2인씩 포함시킬 정도로 시상 범위가 넓어 시간이 흐를수록 수상 가치를 떨어뜨렸다. 특별상의 주인공도 세 명이나 선정하면서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됐다.
사실 시상식에 온 스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으레 꽃다발과 트로피 하나씩 들고 있다면, 그들 역시 참가자에게 주는 기념품을 받은 냥 기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시상식에서 상이 남발되고 있는 것은 한국인들이 허례허식을 좋아하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다. 상은 받는 사람의 명예다. 그런데 요즘 시상식은 받는 사람의 명예보다 주는 사람의 생색을 위한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마저 준다. 상이 늘어날수록 상에 대한 희소가치는 하락하고 수상에 대한 감동도 식게 마련이다.
기자의 생각이 국내 예능 발전에 많은 공을 세운 선의를 왜곡하는 것이 될지는 몰라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에 하는 얘기다. 가장 잘 한 사람 한 명에게만 주는 게 의미가 깊지 않을까. 두루뭉술하게, 올 한 해 동안 뛰어난 활약을 보인 사람들에게 다 준다는 식으로 되어서는 받아도 그만, 안 받아도 그만인 상이 되고 만다.
그러다보니 앞으로 더 잘하라는 격려의 뜻으로 주는 상이 될 수밖에 없다. 너도 나도 앞 다투어 상을 주다보면 정체불명의 상패처럼 빛을 잃게 되고 말 것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인정하고 박수를 치는, 그런 떳떳한 시상식이 됐으면 한다./purplish@osen.co.kr
[사진]‘MBC 연예대상’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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