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MBC 연예대상’의 최고상인 대상을 놓고 김구라와 유재석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와중에 김영철은 일찌감치 대상 후보에서 제외됐다. 시상식 전부터 자신이 대상 후보군에 들었다는 풍문에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던 그였던 터라 시청자들까지 아쉬워 했다. 하지만 김영철이 이날의 시상식을 가장 빛낸 인물 중 한 명이었음은 분명하다.
김영철이 ‘2015 MBC 연예대상’(이하 연예대상)에 대한 염원을 표현하기 시작했던 것은 그가 대상 후보로 거론된 후부터다. 지난 28일과 29일 양일간 방송된 MBC에브리원 ‘예능정산’에서도 김영철의 ‘대상 앓이’는 계속됐다. ‘MBC의 아들’ ‘MBC 덕후’를 자처했던 그다. 오죽하면 해당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 데프콘이 “김영철 매니저가 대상 얘기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며 폭로를 했을까.
그러나 ‘연예대상’ 시작 전 언급됐던 네 명의 대상 후보는 김구라와 유재석, 두 명으로 압축됐다. 시상식 도중 이 사실을 접한 김영철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어 웃음을 줬다. MC 김성주는 그에게 “대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SNS에 기대된다고 올렸는데, 정말 기대하고 있었나”라며 짓궃은 질문을 했다. 이에 김영철은 “오늘 와서 알게 됐지만 사실 받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우수상, 우수상도 받은 적이 없다. 이 자리에 온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다소 형식적인 답변에 ‘연예대상’ 현장 다운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날 김영철은 하하와 함께 버라이어티 부문 남자 최우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그의 이름이 호명되자 참석자들은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함께 수상한 하하 역시 “영철이 형 상 받는데 제가 낀 것 같다”며 겸손한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래도 2등상이었다. 기대했던 대상은 아니었지만 김영철은 감격에 젖은 듯했다. 그는 “제가 원했던 그림이 이 그림이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소감을 시작했다. 이어 ‘“이해하지 못 할 수도 있지만 ‘진짜 사나이’를 하면서 힘들 때면 상을 줄 것 같아서 4월부터 시상식을 연습했다”고 밝혔다. 오랜 연예계 활동을 하며 숱한 유행어와 큰 웃음을 남겼지만 유독 상복은 없었던 김영철은 소감을 통해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오버하고, 김칫국 마시고, 그게 저였다”면서 “‘진짜 사나이’ 작가에게 정말 비호감 딱지를 뗄 수 있겠냐고 묻자 제가 비호감이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제게 익숙해지는데 오래 걸렸을 뿐이라고 했다”며 뭉클해 했다. 그러면서 “저는 상이라는 것을 정말 받아보고 싶었다”고 진심 어린 고백을 토해내 시상식장을 일순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때 김영철이 “제가 드디어 ‘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이라며 주특기인 이영자의 성대모사를 하자 대상 후보였던 김구라는 “그거지”라며 환호했다. 마치 남을 웃기는 것이 숙명인 양, 모든 것을 웃음으로 승화했다.
‘대상감’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결같이 수다스럽고 잘 토라지고 장난기 넘치는 김영철이라는 사람이 드디어 인정을 받았음은 확실하다. 2015년의 빛나는 2등으로 남은 김영철의 대상 수상, 앞으로 한 번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bestsurplus@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