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수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 이 수상이 제 방송 생활을 규정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지 않은 분들이 아직도 저를 불편해하신다. 제가 과거에 했던 잘못을 평생 사죄하고 반성하겠다.”
지난 29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2015 MBC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방송인 김구라가 “감사하다”며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그는 올 한 해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MBC 예능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연예대상 시상식이 열리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올해의 대상은 김구라의 것이라고 내다봤듯, 그는 올해 MBC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대표 예능인이다. ‘1인자’ 유재석까지도 2위로 밀어냈으니 말이다.
사실 ‘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 ‘옆집의 CEO’ ‘라디오스타’ ‘능력자들’ 등 인기 프로그램의 중심에 그가 서있었기 때문에 수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었다. 예상한대로 김구라가 대상을 차지하면서 1993년 데뷔한 이래 22년 만에 처음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셈이다.
무엇보다 그의 대상수상이 의미 있는 점은 공황장애와 이혼을 이겨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꿋꿋하게 노력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악랄한 캐릭터 유지하며 웃음 사수를 위해 애써왔다.
앞서 김구라는 지난 8월 합의 이혼 소식을 전했다. 아내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별거의 시간도 가져봤지만 결국 벌어진 틈을 메울 수는 없었다고 했다. 17억대 빚과 공황 장애 등 좋지 않은 일들을 겪으면서도 방송활동을 이어온 그의 가정사가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정확히 1년 전이다. 당시 김구라는 ‘세바퀴’ 녹화를 앞두고 가슴에 통증을 느껴 입원했다.
방송에 복귀 한 후에도 가정사를 가볍게, 때로는 묵직하게 고백하며 웃음을 안겼다. 개그맨으로서 강한 책임감을 보인 것이다. 사적인 일을 방송에서 고백하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의 솔직한 화법이 긍정적인 작용했다. 그에게서 등을 돌렸던 사람들이 서서히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아픔을 이겨내길 바랐다.
숱한 예능에 출연했으면서도 수상과 인연이 없었던 그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해준 프로그램은 ‘라디오스타’. 윤종신과 티격태격 톰과 제리 같은 차진 케미스트리를 형성해 웃음을 안기면서 아프고 힘든 시간을 겪고 나서는 꼭 이 예능을 통해 심경 고백을 했다. 김구라는 당시 “혼자 유난 떨어 죄송스럽다. 자업자득이다. 건강하지 못한 모습 보여드려 죄송하다”며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필사의 의지로 다작을 해온 김구라가 대상 수상 이후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예능인으로서, 대상의 주인공으로 거듭난 김구라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purplish@osen.co.kr
[사진] ‘2015 MBC 연예대상’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