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 된지 2,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 잊혀지지 않고 꾸준히 사랑을 받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들은 부모님 세대를 거쳐 자식에게 전달되고, 이는 나이 차를 뛰어넘는 공감과 추억을 만들어낸다. 이것이야말로 세월이 지나도 끝없이 사랑받는 애창곡의 힘이다.
지난 29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이하 ‘슈가맨’)은 2015 연말 특집으로 걸그룹 트와이스와 러블리즈가 쇼맨으로 출연했다.
이날 유재석은 “90불 이상 예상한다”며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슈가송을 소개하고 나섰다. 이에 김이나 역시 “이 분은 전국노래자랑의 서태지 같은 분이다. 아주 유혹적인 가사다”라고 힌트를 줬고, 유재석의 소개와 함께 등장한 슈가맨은 '당돌한 여자‘의 서주경이었다. 1996년에 발표돼 18년간 노래방 애창곡 5위 안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 놀라운 기록의 이 노래는 연말, 회식 모임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데엔 제격인 곡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노래였다.
이에 10대부터 50대까지 구성된 방청객들은 전주가 흘러나오자마자 불을 켜기 시작, 서주경이 등장하기도 전에 ’슈가맨‘ 최초로 100불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방청객들은 ’당돌한 여자‘의 후렴구에 자연스레 추임새를 넣으며 흥겨운 모습을 보였다.
이어 유희열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슈가송에 대해 “이 곡은 분위기를 띄운다기보다는 내가 분위기를 잡고 싶을 때, 스스로 분위기에 취하고 싶을 때, 특히 중년 여성들의 사랑을 받는 전유물 같은 곡이다”라고 소개했고, 이 노래의 주인공은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부른 임주리였다. 그의 노래가 시작되자 20대부터 50대까지의 방청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불을 켰고, 임주리는 특유의 한이 배어있는 강렬한 목소리로 무대에 등장해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열창했다. 이 노래는 특히 세대별로 대물림 되는 노래였다.
30대인 한 방청객은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어머니가 부르던 노래를 듣다 보니 자신도 따라 부르게 됐다고 밝혔고, 10대 방청객 역시 할머니의 애창곡이어서 이 노래를 알게 됐다며 즉석에서 임주리와 세대를 뛰어 넘은 멋진 호흡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렇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두 사람의 노래는 트와이스와 러블리즈를 통해 2015 버전으로 재탄생했다. 먼저 무대에 오른 러블리즈는 흥겨운 스윙 리듬 위에 세련된 보사노바 느낌을 추가한 미디엄 발라드로 재해석된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중독성 있는 훅과 원곡의 감정을 살린 가사를 추가해 매력적인 후크송으로 선보였다. 이어 트와이스는 원곡의 슬픈 감성을 최대한 살린 미디엄 R&B로 탈바꿈한 ‘당돌한 여자’를 공개했고, 양 팀의 무대는 모두 스튜디오에 자리한 모든 세대를 사로잡았다.
이날의 결과는 마지막까지 팽팽한 접전 끝에 55대 45로 유재석 팀이 승리하며 연패의 수렁을 탈출하게 됐다. 하지만 ‘슈가맨’이 보여준 건 승패를 떠나 노래가 가진 힘, 그리고 공감의 전 세대화였다. 20년이 훌쩍 넘은 슈가맨의 노래와 이를 재해석하는 신인 걸그룹을 통해 공감 확대의 결정판을 보여준 ‘슈가맨’. 과연 연말특집 다운 훈훈한 시간이었다.
한편 '슈가맨'은 잊고 있었지만 노래를 들으면 기억나는 '슈가맨'을 찾아 이들의 히트곡을 2015년 최신 버전의 '역주행송'으로 재탄생시켜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50분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슈가맨’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