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휘재에 이어 김구라 역시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고도 활짝 웃을 수 없었다. 2005년 이후 2013년을 제외하고 매년 연예대상 대상을 차지했던 유재석을 제치고 대상을 받는다는 것은 그랬다. 유재석이 받아도, 그리고 유재석이 아닌 사람이 받아도 이유가 있는 대상인데 말이다.
김구라가 지난 29일 열린 MBC 방송연예대상의 영광의 대상을 받았다. ‘무한도전’을 10년 이끈 유재석, 그리고 올해 유독 MBC 신설 프로그램의 인기를 책임졌던 김구라는 둘 중 누가 타도 이견이 없는 대상이다. 김구라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일밤-복면가왕’의 성공의 중심에 있었고, ‘능력자들’ 역시 안착시켰다. 또한 간판 예능프로그램 중 하나인 ‘라디오스타’는 김구라의 독설이 핵심이다.
김구라는 받을 만한 대상을 받고도, 심지어 데뷔 22년 만에 처음인 대상을 받고도 웃지 않았다. 이미 대상 발표 전 자신이 대상을 받을 경우를 대비해 유재석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토로했던 바. 그는 “‘무한도전’이 10년이다. 문제가 있었지만 꿋꿋하게 버텨줘서 재석 씨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석 씨의 수상을 점친다”라고 말했다. 보통 예능인들이 재미를 위해 자신의 대상 수상을 희망하는 농담을 하는 것과 달리 김구라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
그도 그럴 것이 유재석은 10년 넘게 언제나 대상 후보 1순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재치 있는 진행은 기본이고 배려로 관철되는 따뜻한 리더의 표상으로 전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송해와 함께 ‘국민 MC’ 이름표가 아깝지 않은 독보적 방송인이다. 그가 대상을 받아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무한도전’ 속 그의 활약은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다만 김구라 역시 올해 MBC 연예대상에서 큰 수상을 받을 만 했다는 것. 김구라에게는 생애 첫 대상의 환희의 순간이지만 유재석을 제쳤다는 부담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대다수의 네티즌이 김구라의 대상을 축하하고 있지만 일부 네티즌이 아쉬운 시선을 보내는 것도 통찰력 깊고 현명한 방송인인 김구라가 예측했을 터.
김구라에 앞서 KBS 연예대상을 수상한 이휘재 역시 대상 수상 후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했다. 이휘재는 유재석을 제친 것과 함께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그만의 공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측면이 있었다. 이휘재는 대상 수상 직후 “제일 먼저 제 이름을 듣는 순간 ‘며칠 동안 댓글을 보면 안되겠구나’ 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라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유재석은 2005년 이후 지금까지 12번의 대상을 차지했다. 2013년 때 단 한 번 무관이었고 매년 수상을 했다. 올해 역시 남은 SBS 연예대상에서 강력한 대상 후보다. 그의 당연한 대상을 응원하고 박수보내는 이들이 많은 가운데, 유재석을 꺾고 대상을 수상하는 경우 사과를 하거나 부담감이 느껴지는 발언을 하게 되는 상황도 펼쳐지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KBS, MBC 연예대상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