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유느님' 유재석의 예능 독주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상파 3사 연예대상의 유력 후보로 유재석이 점쳐졌던 것과는 달리 진짜 대상의 영광은 이휘재와 김구라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국민 MC'를 넘어 '유느님'으로 예능계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유재석은 2013년을 제외하고 2005년 이후 매년 방송사 대상을 챙겨왔다. 지난 해는 MBC와 KBS에서 동시 수상을 해 총 12개의 대상을 품에 안았다. 올 해 역시 유재석은 시상식을 앞두고 어김없이 유력 대상 후보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재치 있는 진행은 물론이고 그가 보여주는 배려와 리더십은 과히 국민적인 관심과 사랑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6일 진행된 KBS 연예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품에 안은 건 다름 아닌 이휘재였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 결과. 하지만 이휘재는 대상을 받고도 제대로 기뻐하지 못했다. "당분간 댓글을 보면 안 될 것 같다"는 그의 수상 소감에서 알 수 있듯 '예능 1인자'인 유재석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했다는 건 '강제 욕받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된다. 그만큼 유재석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한 해 동안 일군 예능 농사 결과물만을 놓고 봤을 때 이휘재가 KBS에서 보여준 활약은 대상을 받아도 손색이 없었다. 이휘재는 명실공히 KBS 효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원년멤버로, 쌍둥이 서언과 서준의 성장기를 시청자와 공유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장수 정보 프로그램 '비타민'에서는 전문 MC로서의 기량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 29일 진행된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쥔 김구라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 예능이라 불리는 '무한도전'이 올해 10주년을 맞이했고, 그 안에서 유재석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라디오스타', '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 '능력자들' 등 MBC의 주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다른 활약을 보이며 진정한 예능인으로 거듭난 김구라의 대상 역시 받을 만 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물론 SBS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현재 SBS 연예대상의 유력 대상 후보는 유재석과 김병만으로, 워낙 SBS의 예능이 올 한 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두 사람 모두 SBS에서 두 개의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어 쉽게 그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김병만은 박터진다는 말을 실감케 할 정도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진을 치고 있는 금요일 밤 '정글의 법칙'을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에 올린 일등공신이기에 유재석의 대상 수상이 그리 쉽지만을 않을 전망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예능 1인자 자리를 절대 놓치지 않았던 유재석의 독주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2015년. 과연 SBS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미 시작된 예능 지각변동이 어떤 파장을 낳게 될지 궁금해진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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