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성주가 "재미있고 감동적인 수상소감을 해달라"는 김구라의 요청에 맞게 아주 의미있는 수상소감을 전했다. MBC 아나운서로 시작해 이제는 안정적인 예능감과 진행실력을 모두 겸비한 MC로 부각되고 있는 김성주가 밝힌 예능인에 대한 존경어린 진심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김성주는 지난 29일 진행된 '2015 MBC 연예대상'에서 뮤직 토크쇼 부문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김구라, 한채아와 함께 MC로도 활약했던 김성주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뒤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 차분하게 수상소감을 전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공황장애로 고생하는 예능인들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나는 그의 진심이었다. 김성주는 "이상하게 저와 호흡이 잘 맞는 분들은 공황장애를 앓고 계신다"며 김구라, 이경규, 정형돈, 그리고 자신의 아내를 차례로 언급했다.
이어 김성주는 "저도 처음에 예능인들은 놀면서 돈을 버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난 8년간 예능 현장에서 (그들이)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통 속에서 약을 먹어가면서도 열심히 시청자 여러분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드리려 애쓰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경규와 김구라는 불안장애에 속하는 공황장애로 인해 오랜 시간 약을 복용해 왔고, 정형돈은 지난 11월 불안장애를 호소하며 모든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까지 했다. 불안장애는 만성적으로 걱정, 근심이 많아 여기저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여러 가지 신체적인 증상이나 정신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 김성주가 언급한대로 타인을 웃겨야 하는 부담감이 많은 예능인들 사이에서 자주 발생한다.
김구라는 지난 해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불안하게 일을 시작해서 항상 일 욕심이 있었다. 일을 사양하는 법 없이 쉬지 않고 했다. 그러던 중 2012년에 일이 터져서 1년을 쉬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데 집 사람이 사고를 쳤다. 미친 듯이 일을 해도 표가 안 나니까 이게 뭐지 싶더라.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공황장애를 고백했다. 그는 공황장애로 인해 병원에 입원까지 했는데, 이후 이를 악물고 공황장애를 극복해냈다. 이 덕분에 그는 MBC '연예대상'의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이경규도 방송을 통해 수차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못 이룰 정도라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활의 김태원 역시 이경규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밝은 이미지의 배우 차태현과 류승수도 오랜 시간 공황장애를 겪어왔다. 워낙 긍정적이고 쾌활한 성격으로 비쳐진 탓에 그 누구도 두 사람이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안 증세를 겪고 있다는 걸 예상치 못했지만, 공황장애로 인해 비행기도 제대로 타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시청자들에게 재미있고 건강한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
함께 호흡을 맞추던 동료의 부재로 인해 더욱 이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됐을 김성주는 마지막으로 "저도 이 상에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미 공정성이나 귄위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상이 남발되고 있는 '연예대상'이지만, 김성주가 남긴 이 수상소감은 '연예대상'이기에 들을 수 있어 더욱 값졌다. /parkjy@osen.co.kr
[사진] '연예대상'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