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새해, 멜로는 다시 날개를 펼 수 있을까.
충무로는 2010년대 이후로 남자들이 떼로 나오는, 다소 센 영화들이 주름을 잡고 있다. '베테랑' 같은 범죄 영화나 '내부자들' 같은 정치극이 아니더라도 남녀의 사랑보다는 주로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과의 일을 다룬 작품이 많다. 올해 성공을 거둔 천만 영화들을 보더라도 '국제시장'은 한국사를 꿰뚫는 한 남자의 인생 궤적을 그린 작품이고, '암살'은 독립군들의 이야기, '베테랑'은 재벌 3세와 열혈 형사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었다. 멜로 영화 중 눈에 띄는 작품은 '뷰티 인사이드' 정도가 다다. 더불어 재개봉한 외화 '이터널 선샤인'에 대한 반응이 더 뜨겁게 느껴지니 말은 다했다.
과연 12월 말과 1월 초 줄줄이 나오는 멜로 영화들은 '약세'라는 이미지를 떨쳐 버리고,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30일 개봉하는 영화 '조선마술사'(김대승 감독)는 평안도 최대 유곽 물랑루의 자랑인 조선 최고 마술사 환희와 청나라로 팔려가는 공주 청명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제대 후스크린에 돌아온 유승호와 '응답하라 1994'로 재발결된 배우 고아라가 만난 멜로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또 탁월한 스토리텔러로 불리는 김대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점에서도 믿음을 주고 있는 상황.
'조선마술사'는 마술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빼면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다. 다소 오글거리는 설정들이 있긴 하지만, 유승호와 고아라의 안정적인 연기력과 김대승 감독의 연출이 무리없이 어울려 나름의 분위기와 재미를 갖고 있다.
내년 1월 7일 개봉을 앞둔 '나를 잊지 말아요'(이윤정 감독)는 정우성과 김하늘이 뭉친 멜로 영화라는 것만으로 관객들에게 많은 기대감을 주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자타공인 '멜로킹'과 '멜로퀸'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의 마음 속에는 '나를 잊지 말아요'가 김하늘의 '동감'이나 정우성의 '내 머릿속의 지우개'와 같은 작품의 뒤를 잇는 명품멜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자리를 잡고 있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교통사고 후, 10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 어난 석원(정우성 분)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먼저 공개된 '나를 잊지 말아요'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 정우성과 김하늘의 호흡이 예상대로 탁월했다는 평이 많다.
충무로 블루칩이 뭉친 영화 '그날의 분위기' 오는 14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철벽녀'와 '맹공남'이 KTX 옆자리에 앉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유연석과 문채원이 남녀 주인공을 맡았다. 두 사람 모두 소개된 캐릭터에 어울린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예고편을 통해 보인 '케미스트리' 역시 기대감을 주고 있다.
이 작품은 기차에서 만난 남녀의 '썸'을 그렸다는 점에서 세 작품 중 가장 현실 연애에 가까워 보인다. 다만, 그만큼 설정과 캐릭터가 관객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ujenej@osen.co.kr
[사진] '나를 잊지 말아요', '조선마술사', '그날의 분위기'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