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유느님’이었다. 그는 이미 모두가 예상했던 대상 수상은 물론, ‘국민MC’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짧지만 강렬한 수상소감으로 다시 한 번 클래스를 입증했다.
유재석은 지난 30일 열린 SBS 2015 연예대상에서 ‘런닝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통해 대상을 수상했다. 물론 공동수상이라는 변수가 있긴 했지만, 유재석은 동요하지 않은 채 오히려 “김병만과 이 큰 상을 같이 받게 돼서 기쁘다”며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밑에서야 농담 삼아 ‘욕심난다’고 말씀을 드리긴 했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하긴 했으나 올해 ‘런닝맨’은 많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멤버들과 스태프들은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올해 모자랐던 웃음, 모자람은 2016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채우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그는 “‘동상이몽’ 같은 멋진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끔 해주신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라며 “이 자리에서 고마웠던 분들을 모두 얘기하고 싶지만 안 될 것 같고, 이 고마움은 개인적으로 전하겠다. 2016년 동시간대 1등 꼭 해내겠다“라며 깔끔하게 소감을 마무리했다.
특히 “내년엔 동시간대 1등을 해내겠다”고 덧붙이는 그의 모습에서는 보기 드문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아마 시간대를 옮긴 뒤 예전만 하지는 못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런닝맨’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을 터.
이러한 수상 소감은 프로그램의 무게중심을 잡는 메인MC이자 남다른 팀워크를 자랑하는 7명 멤버 중 한 명으로서 가지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동료들과 시청자 모두가 인정하는 ‘국민MC’지만, 개인으로는 양 어깨에 어마어마한 부담감을 짊어지고 있는 것.
대상을 수상한 SBS에서만 ‘런닝맨’ ‘동상이몽’ 두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고,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런닝맨’은 그의 또 다른 고민이자 숙제가 돼버렸다. 이러한 시점에서 수상한 대상 역시 그에게는 올 한해 수고했다는 의미의 보상이자, 내년에도 열심히 달리라는 채찍질로 다가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단언컨대 유재석의 대상 수상은 당연했다. 김구라의 우스갯소리처럼 논란의 여지없이 세상이 평화로워졌다. 2013년을 제외하고 2005년 이후 매년 방송사 대상을 챙겨왔던 그다. 그리고 유재석은 그 상의 값어치만큼 시청자에게 보답하기 위해 끊임없이 달리고, 고민해왔다.
이제는 양 어깨의 무거운 짐을 조금은 내려놔도 될 것 같다. 물론 프로그램의 발전과 변화를 위해 열심히 달리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나, 그는 지금도 충분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부디 이번 대상은 그에게 채찍질이 아닌 위로와 격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OSEN DB,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