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이 ‘2015 SBS 연예대상’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김병만과의 공동 수상이다. 연말 시상식이 끝난 다음날이면 수상자들의 자격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이 보통이라 해도, 이번에는 김병만과 유재석 양쪽이 모두 상처입는 이상한 형국이 됐다. 한쪽에서는 유재석이 올해 무관이라 SBS에서 대상을 챙겨준 것이라 하고, 다른 쪽에서는 김병만이 유재석과 대상을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재석은 지난 30일 ‘2015 SBS 연예대상’에서 13번째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바꿔 말하면 그의 24년 연예계 활동 중 절반 가량을 최정상에 머물렀다는 소리다. 그렇기에 유재석에게는 더 새롭고 큰 상도, 칭찬도 없을 터다.
유재석은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이미 상징적 존재다. 카메라 울렁증이 있던 무명의 개그맨이었던 그가 실력만으로 최정상으로 올라선 것은 가히 신화에 가깝다. 종교와도 비슷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데다가 어떠한 잡음도 없이 10년 동안 그 자리를 유지한 유재석이다. 상이란 받아도 받아도 좋은 것이지만, 유재석이 대상을 타지 못 한다고 해서 그를 인정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게다가 ‘런닝맨’을 주말예능 강자로 우뚝 세운 것 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까지 가능하게 했던 것은 유재석의 공도 컸다.
이날 유재석과 대상을 나눠 받은 김병만은 어떤가. 역시 ‘정글의 법칙’에서 전무후무한 족장 캐릭터로 4년간 발군의 생활력을 보여 주며 화제가 됐다. 이 프로그램 역빵 터지는 웃음 대신에 놀라운 흡인력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2015년에는 그의 장기가 잘 드러나는 ‘주먹쥐고 소림사’를 시작, ‘무한도전’을 상대로도 선전 중이다. 유재석에 비해 결코 부족하지 않은 성적이다. 그가 단독으로 대상을 받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어제의 공동수상은 어딘가 개운치 못했다. 유재석과 김병만이 받은 대상의 의미를 퇴색시킨 것은 두 사람의 공동수상이 아니었다. 남발된 수상으로 추락한 상의 권위 때문이었다. 후보가 쟁쟁한 부문은 나노 단위로 상을 쪼개 시상했고, 그렇지 않은 부문의 트로피 개수는 적었다. 후보 소개도 없이 이름만 호명한 채 상을 건네는 요식 행위로 전락한 부문도 있었다. 이는 KBS, MBC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못 받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시상식이 아니라, “왜 나는 안 주나”라는 마음이 들 법 한 시상식이다.
대상을 못 받아도 유재석은 유재석이고, 김병만은 김병만이다. ‘연예대상’의 눈치보기식 수상 남발이 ‘국민MC’들의 후려치기에 악용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bestsurplu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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