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최성원, 성노을은 사랑입니다 [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12.31 14: 10

 얄미운 말과 행동을 해도 왠지 연민을 자아내는 인물이 있다.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이하 응팔) 속 최성원이 그렇다. ‘응팔’은 1988년 서울 쌍문동 한 골목에 사는 다섯 가족들의 가족애와 이웃애를 감칠맛 나게 그리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성원은 성동일 이일화 부부의 3남매 가운데 ‘귀요미’ 막내 아들 성노을 역으로 출연 중이다. 첫째 보라(류혜영 분)와 둘째 덕선(혜리 분)에게 눌리고 치이지만, 늘 당당하고 올곧은 아버지 동일에게 노을이는 각별한 막내아들이다. 하지만 노을이가 보라와 덕선에게 이유도 없이 한 대 맞고, 눈물을 쏙 뺄 정도로 구박을 받아 안타까움을 자아내곤 한다. 홧김에 누나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막말을 내뱉어도, 정작 그의 눈빛이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드라마 속 최성원은 덥수룩한 헤어스타일과 촌스러운 디자인의 의상, 어리숙한 말투로 80년대 고등학생을 연기하지만 실제로 만나 본 그는 한층 매력 있고 멋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그의 얼굴에서 성노을이 보이면서도 브라운관에서 느낄 수 없었던 솔직하고 뚜렷한 주관이 전해졌다. 한 마디 한 마디 대화를 나눌수록 자꾸만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었다.

최성원은 “요즘 많이 알아보셔서 신기하다고 느끼고 있다. 반면 얼굴을 한껏 드러내도 ‘넌 누구니?’라는 표정을 지으며 끝까지 모르는 분들도 계시다. 40대 중반 남성 어른들이 가장 많이 알아보신다. 아무래도 그 시절 고등학생이신 분들이 제일 재미있게 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로 데뷔한 그는 ‘김종욱 찾기’ ‘극적인 하룻밤’등과 KBS 드라마 스페셜에 출연하며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꾸준한 연기로 자신만의 매력을 세상에 알려오고 있었다.
최성원은 “군대에 다녀와서 대학을 졸업하는 시기에 딱 맞춰서, 감사하게도 백수가 되지 않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무대에 서게 됐어요. 연극과 뮤지컬을 통해 많이 배워서 그런지 ‘응팔’의 노을이 캐릭터를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31살인 그가 17살 고등학생을 연기하며 간극의 캐릭터 소화가 가능한 건 그의 뿌리이자 지금까지도 줄기 역할을 하고 있는 무대에서의 풍부한 경험 덕분이라는 것이다.
최성원은 소위 '꽃미남' 배우들처럼 수려한 외모는 아니다. 외모만 놓고 보면 뭇 여성들을 열광시킬 정도로 강한 흡인력을 지니지도 않았다.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평범함으로 치장한 그이지만 연기를 할 때 만큼은 훈훈한 향기가 돈다. 눈빛부터 달라지는 게 예사롭지 않다.
그가 중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우연치 않게 친구들 앞에서며 연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단다.
“저는 학창시절에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독서실 가서 공부하고 컵라면을 사먹고, 공부를 하긴했지만 친구들하고 어울리는 걸 더 좋아 했었죠. 그러다 친구들을 웃기는 것에 왠지모를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연극영화과에 가게 됐죠.”
수능을 준비하다 대입을 앞둔 시점에 연극영화과에 가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국민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졸업과 동시에 연극과 뮤지컬을 시작하면서 연기에 대한 매력을 점점 더 알아가는 중이다.
요즘 스케줄을 마치고 분장을 지운 뒤 상쾌한 기분으로 누웠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최성원. 그는 나이가 들어도 이순재처럼 늘 한결같은 연기로 힘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기를 하게 해달라고 소망한다. 외모로 시선을 끄는 게 아니라 여운이 있는 찡한 감동을 줄 수 있는, 마음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게 해달라고 오래도록 두 손을 모았다.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고, 제가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는 그런 친근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purplish@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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