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후보에 나란히 올라 경쟁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킬미힐미’를 함께 이끌었던 배우 지성과 황정음이 시상식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기쁨의 눈물을 함께 흘리며 왜 이 작품이 큰 사랑을 받았는지 다시 한 번 이유를 알려줬다. 뛰어난 호흡과 서로에 대한 완벽한 이해, 그리고 배려가 드라마의 흥행을 만들었다.
지난 30일 방송된 2015 MBC 연기대상은 ‘킬미힐미’에서 1인 7역 연기를 보여주며 상반기 돌풍의 중심에 있었던 지성이 대상을 받으며 마무리됐다. 지성과 함께 강력한 대상 후보였던 황정음은 시청자 투표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3사 PD가 뽑은 올해의 배우상, 네티즌상, 10대 스타상, 미니시리즈 부문 최우수 연기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두 배우 모두 값진 수상을 한 가운데 ‘킬미힐미’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만든 순간이 있었다. 지성은 대상을 받은 후 “저한테 주는 상이 아니라 ‘킬미힐미’를 만드느라 고생했을 사람들에게 주는 상”이라고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에게 공로를 돌렸다.
이어 “‘비밀’에 이어서 연달아 두 작품을 같이 했던 황정음 씨. 대단한 배우”라면서 “저를 7가지 인격으로 바꿀 수 있게 리액션을 해줬다. 고마웠다”라고 황정음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또한 그는 “진심이 통했던 것 같다. 이렇게 배우 하면 먹고 사는데 지장 없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지성이 황정음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순간 황정음은 함께 울고 있었다. 대상을 받는 것보다 함께 작품을 해서 시청자들과 공감하고 인기를 얻어 이 자리에 온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줄곧 말해온 그는 지성의 수상을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다. 지성은 자신의 수상이 황정음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고마운 마음을 계속 전했다.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배려와 동감은 미처 수상 소감을 준비하지 못한 듯 버벅거리는 지성과 그의 소감을 들으며 한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황정음의 모습에서 알 수 있었다.
지성과 황정음은 KBS 2TV ‘비밀’에 이어 ‘킬미힐미’까지 큰 흥행을 이끌었다. ‘비밀’에서 황정음이 폭발적인 감정 연기로 드라마의 인기의 중심에 있었다면, ‘킬미힐미’는 지성에게 좀 더 중심축이 옮겨 있었다. 작품마다 누가 더 집중을 받는 것을 상관하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며 호흡을 맞춘 이들은 이야기를 시청자들에게 완벽하게 설득시켰고 인기를 높였다. 누구 하나 빛나겠다고 욕심을 부렸다면 두 작품이 연달아 성공하기 힘들었음을 알고 있기에 시상식 내내 서로에 대한 고마운 감정을 피력했을 터다.
흔히 연기를 받쳐주는 배우가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배우라고 한다. 자신의 연기만 하고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면 드라마가 산으로 간다는 것. 지성과 황정음이라는 어느새 연기와 대중성 모두를 갖춘 톱배우로 우뚝 선 두 사람이 시상식에서 보여준 섬세한 배려는 ‘클래스’가 달랐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연기대상 방송화면 캡처